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6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 차린 천막농성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남은 4년 동안 다 말아먹기 전에 모이자!’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총파업을 시작했다. 7월3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민주노총 산하 산별 노조가 이어달리기식 파업을 진행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산별 노조의 참여 열기는 뜨겁다. 지난 5년 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던 현대자동차 노조도 동참했다.
6월7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6월27일 1만명의 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윤석열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개악 저지, 노동탄압 분쇄를 외치며 거리 집회를 하고, 지도부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간다.
대한민국 조직 노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출범 1년을 넘긴 윤석열 정부를 “반노동 정부”로 규정하고 퇴진 총파업과 전면전 선포로 맞서는 현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6월27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노조 대표자 1만여명이 참여해 최저임금 인상, 노동개악 저지, 노동탄압 분쇄를 결의하며 ‘윤석열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6일 천막농성장에서 그를 만났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서 대화로 문제를 풀려 노력하며 인내했지만 한국노총을 비리 집단으로 낙인찍고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이 정권이 노동 자체를 때려잡고, 적으로 규정한다는 게 명확해졌기에 전면전을 할 수밖에 없다”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국정 전반으로 비판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고공농성을 이유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해촉하고, 한국노총이 대신 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해서 ‘공동정범’이라며 위촉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진전된 상황이 있나요?
“아닙니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추가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2천원 관철은 더욱 어렵겠네요?
“최저임금위도 큰 의미에서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 기구입니다. 그동안 (최저임금위 안에서) 노·사 위원이 이견을 보이면 정부(공익위원)가 주도해 결론을 맺어왔습니다. 그래도 노·사 위원 동수 원칙을 지켜온 건 형식적으로나마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인데 김 처장의 농성을 이유로 30년 동안 지켜온 동수 원칙을 깬 것은 최저임금조차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가 한국노총에 대해 억하심정이 있는 건 아닐 텐데요?
“이 정부가 한국노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많은 구체적 사례로 확인돼요. 경사노위에서도 주요 노동 정책에 대해 한국노총과 상의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와 논의 없이 연구회나 전문가 자문단을 만들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의제화하면서 ‘너희들은 우리가 결정한 걸 바탕으로 논의하면 된다’는 식이었어요. 또 수십년 동안 이어오던 보조금도 삭감했고,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우리 쪽 위원을 배제하고 있어요. 더욱이 한국노총 일부의 부패 혐의를 가지고 전체를 부패 집단으로 낙인찍으면서 압수수색을 강행했는데 이건 한국노총 역사 이래 처음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형평이 문제죠. 어느 집단이나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나와요. 한국노총에서도 뼈아프게 반성하며 구조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제도를 정비하고 있어요. 정부는 그런 행위 자체를 법으로 엄단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제도 정비를 통해 줄여가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이걸 엄청나게 확대해서 한국노총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악마화해요. 절대적인 심판자, 해결사처럼 행동하면서 국민 속에서 노동을 고립시키고 있어요.”
―한국노총은 보수 정부와 가깝고 대화 채널도 유지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와 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했나요?
“윤석열 정부가 노동 자체를 적대시하기 때문에 노동자 조직인 한국노총, 민주노총을 굳이 갈라서 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양쪽 모두를 적대시하는 것이라 봅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것, 정권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한 불쾌감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건가요?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노총은 민주노총하고 다른 줄 알았는데 의견이나 성명도 민주노총하고 무슨 차이가 있냐? 똑같다’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이잖아요. 소통 통로가 확보된 셈인데요.
“이정식 장관 임명은 한국노총에 대한 기만이라고 봅니다. 저는 윤 대통령이 한국노총 출신을 장관에 임명한 건 한국노총을 중요한 의사결정의 상대로 인정하는 게 내포된 의미라고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이정식 장관은 한국노총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그런 행태를 보이며 더 나가잖아요.”
―윤 대통령은 왜 한국노총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하나요?
“대통령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힘이 약한 국민의 삶을 좀 나아지게 하는 진정성을 갖고 국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정 지지도를 볼 때 (약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을 결집,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국민, 극소수 지지자와만 함께 가려는 것 같아요.”
―대통령은 법치에 의한 노사 관계를 주장하는데요.
“누구는 그 얘기 못 합니까? 국가를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죠. 그런데 일단 법 집행이 공정해야 하죠. 그 잣대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되잖아요? 그다음 공권력은 너무나 막강하고 개인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이 정부는 법과 원칙을 실행하는 과정이 공정하지도 적절하지도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김 처장 유혈 진압에서 분명하게 보입니다. 망루에 올라간 행위가 불법이라는 건 본인도 우리도 다 알고 있지만 그 배경엔 사용자들이 정당한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행위,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저간의 사정이 있었던 겁니다. 또 김 처장이 망루에 올라간 게 공익에 엄청난 해가 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죽여서라도 해결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저항의 의지를 잃었는데도 막 팼잖아요. 법을 그렇게 폭력적, 편파적으로 집행하면 법치가 바로 서나요? 두려움만 느끼지 승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셋째)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노동탄압 분쇄!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윤석열정권 심판 투쟁선언’ 한국노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출범 1년차밖에 안 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했어요.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힘을 가진 정권과 전면전을 선언하는 게 부담스럽죠. 역대 한국노총이 집권한 세력하고 잘 지내려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집권 세력이 노동을 탄압했을 때는 투쟁했습니다. 김영삼 정권에서 노동법이 날치기 통과됐을 때도 저항했고, 박근혜 퇴진 운동도 했고, 이명박 때도 심판에 나섰습니다. 그때보다 강도가 센지는 모르겠는데 한국노총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온건해도 참는 데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한계를 넘어서면 폭발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공격받고, 잘못된 정책이 이어지는데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게 아니잖아요. 어용 소리도 오랫동안 들었지만 적어도 현재 한국노총은 그런 단체가 아닙니다.”
―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에 해결을 요구하는 지점이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이 노동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오로지 굴복만 요구하는데 노동단체로서 한국노총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정권 출범 초 불편함이 있었지만 한국노총은 절제해왔습니다. 반대하는 정책이 많았지만 경사노위나 여러 정부 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로 같이 문제를 푸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광양의 유혈 진압으로 ‘노동 자체를 때려잡는구나, 노동 자체를 아예 적으로 규정하는구나’ 이게 명확해졌기 때문에 전면전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투쟁 수위를 더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고 이제 노동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정 전반에 대해 다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부에선 ‘한국노총이 안 오면 경사노위엔 엠제트(MZ) 노조가 들어오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한국노총은 시간 지나면 들어올 거야’ 이런 태도를 내비치고 있는데요.
“저는 ‘사회적 대화는 중상을 입었다, 현명한 의사가 정확히 진단하고 좋은 처방약을 쓰면 치료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처방을 내리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답을 합니다. 한국노총은 시간 되면 그냥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예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요. 영원히 안 돌아가고 아예 탈퇴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노총도 안 들어와 있는 현실에서 한국노총을 배제하고 엠제트 노조를 대안으로 삼아서 한다는 것은 맞지 않아요. 정부는 10% 남짓한 조직 노동, 그중에 반밖에 안 되는 한국노총이 무슨 노동 전체의 대표성을 갖냐고 말하는데 그럼 1만명도 안 되는 엠제트 노조는 무슨 대표성이 있어서 거기하고 하겠다는 거예요. 더 많은 청년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미 한국노총에, 민주노총에 다 있습니다. 역대 정부가 30년 넘게 한국노총을 대표로 인정하고 접촉해온 이유도 조직 노동자든 비정규직이든 청년이든 이걸 대표하는 게 한국노총·민주노총이니 그동안 양 노총을 창구로 뭔가 했던 것 아닌가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6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 차린 천막농성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노조 회계장부도 쟁점인데요. 노조 투명성을 요구하는 여론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정부가 회계장부 들여다보겠다는 게 투명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스스로 반증하고 있어요. (회계장부 겉표지와 내지 1쪽을 요구했던) 정부가 (나중에는 회계장부) 겉표지만 사진 찍어서 보내면 인정해주겠다고 했어요. 웃긴 거 아닙니까? 이런 얘기까지 신문에 나면 자기들이 은밀하게 제안한 걸 다 까발렸다고 비난할 수도 있는데 그 목적이 투명성 때문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겁니다. 또 한국노총의 투명성이 왜 갑자기 문제가 됩니까? 지금 현재 한국노총 회계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이 이정식 장관 아닙니까? (이 장관이 한국노총에 있으면서) 외부 회계감사 제도 도입했고 내부에선 조합원이라면 누구든지 다 열람이 가능해요. 회계장부를 요구하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거나 취약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송도 냈어요. 법원이 판단하는 대로 해도 늦지 않는 겁니다.”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회계장부 공개를 요구한다는 건가요?
“노조법에 ‘행정관청에 운영상황과 결산을 보고하라’고만 돼 있는데, 그 조항은 (노조 비리 등) 문제가 됐을 때 적용한다는 판례들이 있습니다. 행정관청에 회계장부, 노조 살림까지 다 보고할 법적 근거가 없어요. 한국노총이 정부와 대립할 수도 있는데 정부 기관에서 그걸(회계를) 세세하게 꿰뚫게 되면 활동의 위축을 가져오고 노조 자율성이 침해받을 수 있어요.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 개입을 금지하는 것만큼이나 정부의 개입도 차단돼야죠.”
―정부는 왜 그런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자신들에게 껄끄러우니 공격하는 거죠. 노동, 특히 조직 노동에 대한 혐오감, 부정적인 인식으로 낙인찍으려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죠.”
―한국노총·민주노총·야당 모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힘을 쏟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텐데요?
“제가 ‘거부권 정권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용산은 민심에 의해서 불태워질 것’이라고 하니 과격한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만큼 민심의 저항이 클 것입니다.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했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역풍에 직면한다는 걸 알려줘야죠.”
―퇴행적인 노동 정책에 양대 노총이 연합대응하는 방안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집회에서 연대 당위성은 많이 이야기했고, 실무선에서도 공감이 됐는데 구체적인 행동을 같이하는 건 진전이 좀 더딘 편입니다. 아직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나거나 양 노총 집행부끼리 만난 건 없습니다.”
―노란봉투법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연대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한테 그게 절대적인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식 때문인지 몰라도 양 노총이 상당히 가까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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