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연쇄 인터뷰 _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의 양경수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남은 4년 동안 다 말아먹기 전에 모이자!’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총파업을 시작했다. 7월3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민주노총 산하 산별 노조가 이어달리기식 파업을 진행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산별 노조의 참여 열기는 뜨겁다. 지난 5년 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던 현대자동차 노조도 동참했다.
6월7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6월27일 1만명의 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윤석열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개악 저지, 노동탄압 분쇄를 외치며 거리 집회를 하고, 지도부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간다.
대한민국 조직 노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출범 1년을 넘긴 윤석열 정부를 “반노동 정부”로 규정하고 퇴진 총파업과 전면전 선포로 맞서는 현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윤 대통령, 노조를 ‘죽여 없애야 할’ 대상으로”
지난 5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노동 3권 파괴하는 게 법치주의냐?”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 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요? “노동 정책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죠. 그동안 여러 정부가 높낮이의 차이는 있었지만 병렬적으로 경제 정책, 기업 정책, 노동 정책을 구현했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경제 정책과 기업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노동 정책을 두고 있어요. 기업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 정책을 하는 것이죠. 그러니 노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산업 전환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 때문에, 심지어는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 있어서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이 노조 때문인가요? 비정규직,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 때문인데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노동조합에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실질적 책임이 있는 기업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거든요. 또 조직 노동을 소위 기득권 노조, 귀족 노조, 불법 노조, 심지어 간첩 노조로 프레임을 씌워 악마화해요.” ―정권 차원에서 치밀한 계산을 갖고 그렇게 한다는 건가요? “인수위원회 보고서, 경제 정책 보고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보고서에 다 들어 있어요. 이 정부의 일관된 기조로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공모하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 노동개혁이라고 주장합니다. “법치주의라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방향이 가장 원칙적인 법치주의 아닌가요? 그런데 노조를 노사협의회로 대체하고, 부문 근로자 대표제로 쪼개겠다고 하는 건 법치가 아닌 노조 무력화죠. 노동에 대한 인식 자체가 굉장히 천박한 정권입니다.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검찰은 노동 문제에 대해 단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집단일 겁니다. 그저 노조를 때려잡고 안기부·검찰·경찰이 광역시도마다 대책회의를 가동하며 하나의 통치기구로 작동했던 것처럼 공작하는 그런 관점이 이 정부에 투영돼 있다고 봐요.”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일 노조의 공동 대응도 눈에 띕니다. “한·일 노동자, 일본의 노총인 전노련·전노협과 민주노총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그곳 대표들이 영상 메시지를 내고 저도 일본에 영상 메시지를 냅니다. 일본도 워낙 급박해서 이번엔 직접 한국에 오지 못하지만 이후 방문 계획도 논의 중입니다. 공동성명은 한·일 노동자들이 먼저 해서 이 내용을 초안으로 환태평양 국가의 노동조합과 함께하는 공동성명으로 확대 추진해가기로 했습니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도 요구했는데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습니다.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하면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정부도 거부권 행사에 관해서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정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노동조합 활동과 변화된 노동 조건을 반영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부도 심도 있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본 쪽에선 노란봉투법이 경제와 기업을 망쳐 공멸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50~60%에 이르고 비정규직의 교섭권이 보장된 유럽 기업들은 다 망했어야죠. 그렇지 않잖아요? 독일이 선진 노사 문화라고 이야기하는데 독일이 노사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건 노동자들의 교섭권이 폭넓게 보장되기 때문이거든요. 이사가 노사 동수로 구성돼 노동자가 경영에 개입하고 회사 상황도 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판단을 같이 하기 때문에 갈등이 줄어드는 겁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노총까지 뛰쳐나왔습니다. 노동계가 정부와 대화 틀은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적극적으로 원합니다. 단, 경사노위를 유일한 사회적 대화 틀로 인식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민주노총은 정부의 각종 위원회 60여곳에 참여하고 있어요. 경사노위는 상징적이고 정치적 의미가 많은 기구죠. 경사노위가 총론에서 개악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적어도 노동자들이 경사노위에 들어가 논의를 하려면 정부가 소위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 건가요? “현재 가동되고 있는 다양한 정부위원회, 예를 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장기요양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등에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곳에서도 양대 노총을 배제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 기구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인수위 때부터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을 계속 요구했습니다. 대통령과 생방송 토론이라도 하자는 요구도 했어요. 그런데 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안 만나고 소위 엠제트(MZ) 노조 이런 곳을 찾아다니면서 정치 쇼만 하고 있어요. 엠제트 노조도 나름 건강한 고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종합적인 노동 정책에 대해서 고민하고 정부와 토론하려면 그만큼 역량도 축적된, 20년 이상 노동 정책을 쭉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온 양대 노총과 대화해야죠. 이걸 배제하고 직능단체 대표나 소규모 노동조합들의 상징성만 취하겠다고 하는 것은, 논의를 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아닌 거죠.” ―그들을 들러리 세워 양대 노총을 무력화한다는 건가요? “그런 프레임을 가져가겠다는 거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은 굉장히 다양한 업종, 다양한 연령대의 노동자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업종이나 특정 연령을 주목한 정책이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대화가 되려면 정부의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노조 때리기 기조를 유지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총선에서 승부를 보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하면 국민의힘도 움직일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진다고 생각하면 윤 대통령이 버림받는 건 순식간이라고 봐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에서 버림받은 거잖아요.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셈법이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클릭하시면 에스레터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한겨레신문을 정기구독해주세요. 클릭하시면 정기구독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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