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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목소리 안 내면 다 죽을 거 같아…4년, 지금처럼 살 순 없다”

등록 2023-07-08 07:00수정 2023-07-08 22:49

[한겨레S] 연쇄 인터뷰 _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의 양경수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의 양경수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남은 4년 동안 다 말아먹기 전에 모이자!’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총파업을 시작했다. 7월3일부터 15일까지 2주 동안 민주노총 산하 산별 노조가 이어달리기식 파업을 진행한다. 윤석열 정부는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산별 노조의 참여 열기는 뜨겁다. 지난 5년 동안 파업에 참여하지 않던 현대자동차 노조도 동참했다.

6월7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6월27일 1만명의 노조 대표자들이 모여 ‘윤석열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개악 저지, 노동탄압 분쇄를 외치며 거리 집회를 하고, 지도부는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간다.

대한민국 조직 노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출범 1년을 넘긴 윤석열 정부를 “반노동 정부”로 규정하고 퇴진 총파업과 전면전 선포로 맞서는 현실. 이들은 왜 거리로 나왔을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민주노총 총파업 사흘째인 지난 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만났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년 노동 시간을 늘리고, 노동 기본권을 부정하고, 노조를 무력화하는 전면적 공격을 지속했다. 견제하지 않으면 퇴행은 더 가속화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알리고 퇴진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총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노조를 ‘죽여 없애야 할’ 대상으로”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총파업을 하는 건가요?

“저희가 총파업 타이틀을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총파업’으로 내걸었는데 사실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사회 전반에서 퇴행이 일어나고 있어요. 노동 영역에선 노동 기본권 자체가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속해서 노동 시간을 늘리고 임금 체계를 개악하고, 파견법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부문 근로자 대표제를 통해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일관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직 노동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에요. 그동안 노동조합 조직률이 완만하게 상승했는데 정부가 여기에 제동을 걸고 노동자들의 삶을 비정형 노동, 불완전 노동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를 방치하면 그 흐름에 속도가 더 붙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총파업을 하게 됐습니다.”

―출범 1년밖에 안 된 정부의 퇴진을 전면화했는데, 좀 과도한 것 아닌가요?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재 상황을 더 용납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적어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1년이 너무나 끔찍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4년을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 곳곳에서도 퇴진 요구가 나오잖아요.”

―무엇이 퇴행했다는 건가요?

“물가 인상이 문제라면서 임금 동결을 이야기하는데, 물가 인상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스요금, 전기요금이 가장 가파르게 올라요. 전세 사기로 살아갈 희망을 찾기 어려운 이들이 자살합니다. 미국 일방주의에 편승해 국익과 한반도 평화를 훼손하고 이제 후쿠시마 핵 오염수로 국민 건강까지 위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말 다 죽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더욱이 지금 시기는 내년 총선을 준비해가는 흐름이잖아요.”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퇴행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인가요?

“그렇죠.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서 윤석열 정권의 운명이 결론지어질 것입니다. 그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서 윤석열 정권의 진퇴나 이후 정책의 방향, 거의 모든 게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에서 오랜 기간 정치를 해왔던 사람들도 윤석열 정권에 납작 엎드려 있는데, 윤 대통령이 검찰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총선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천 문제로 올바른 정책이 있더라도 제기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요. 기존의 보수 정치 세력조차 굴복하고 있는 것을 민주노총이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굉장히 극단적인 퇴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정권 초기에 퇴진 투쟁을 하는 것이 민주노총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고 부담스럽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이견 없이 ‘퇴진 총파업’을 결정한 것입니다.”

―정권 퇴진은 구호일 뿐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요.

“박근혜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박근혜가 퇴진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고 당시 새누리당이 3분의 1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절차적으로 탄핵이 불가능해 보였어요. 그러나 국민 여론이 높아지면서 탄핵에 동의하지 않던 더불어민주당도 탄핵안을 발의했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움직였거든요. 현재 합법적 퇴진 경로를 우리가 그릴 수는 없지만 여론이 거세지면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현재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정권 퇴진을 내건 총파업이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아요. 파업 목적이 윤석열 정권의 노동이나 민생·민주·평화 파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투쟁이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겁니다.”

―정부는 불법 정치파업이라고 반격합니다. 불법 정치파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요?

“세계적으로 한국 사회가 거의 유일하게 정치적 문제로 파업하는 걸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로 파업해도 불법이죠. 임금과 단체협약 문제로만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요. 정치가 노동자의 삶, 서민의 삶을 다 규정하는데 가장 규모 있는 대중조직이라고 공인하는 민주노총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건 시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생각을 해요.”

―현대자동차 노조가 5년 만에 총파업에 참여하는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노동 현장에선 정부 차원에서 임금을 동결하라고 하고,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내리고, 노조 회계자료를 공개하라고 하고, 이런 것들이 워낙 강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어느 노조든 동일하게 다 압박을 받고 있어요. 현장에선 정부의 이런 노동 개악 공세를 막아내지 않으면 정상적인 노사 관계가 작동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파업에 참여한 것입니다.”

―현장에서 임단협 개악의 구체적 유형은 어떤 게 있나요?

“대부분 노동조합 활동을 축소하는 내용이 많고요. 복지 혜택 줄이는 내용도 많아요. 정부가 뒷배가 돼주니 일단 사용자 측은 밀고 들어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정상적이지 않아요. 노사 관계나 노동시장 자체를, 정부가 지금 그 질서를 교란하고 있어요.”

―윤 대통령은 ‘불법 정치파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윤 대통령이 노조를 적대적인 관계로 인식하고 노동자들이 생존권 문제를 이야기하면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합니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공생해야 할 관계가 아니라 죽여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노동자를 경제와 회사를 어렵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처벌 대상, 사회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5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지난 5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노동 3권 파괴하는 게 법치주의냐?”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 중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요?

“노동 정책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죠. 그동안 여러 정부가 높낮이의 차이는 있었지만 병렬적으로 경제 정책, 기업 정책, 노동 정책을 구현했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경제 정책과 기업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노동 정책을 두고 있어요. 기업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 정책을 하는 것이죠. 그러니 노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죠. 경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산업 전환이 되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 때문에, 심지어는 노동시장이 양극화되어 있어서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이 노조 때문인가요? 비정규직,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 때문인데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노동조합에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실질적 책임이 있는 기업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거든요. 또 조직 노동을 소위 기득권 노조, 귀족 노조, 불법 노조, 심지어 간첩 노조로 프레임을 씌워 악마화해요.”

―정권 차원에서 치밀한 계산을 갖고 그렇게 한다는 건가요?

“인수위원회 보고서, 경제 정책 보고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보고서에 다 들어 있어요. 이 정부의 일관된 기조로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공모하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 노동개혁이라고 주장합니다.

“법치주의라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방향이 가장 원칙적인 법치주의 아닌가요? 그런데 노조를 노사협의회로 대체하고, 부문 근로자 대표제로 쪼개겠다고 하는 건 법치가 아닌 노조 무력화죠. 노동에 대한 인식 자체가 굉장히 천박한 정권입니다.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검찰은 노동 문제에 대해 단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집단일 겁니다. 그저 노조를 때려잡고 안기부·검찰·경찰이 광역시도마다 대책회의를 가동하며 하나의 통치기구로 작동했던 것처럼 공작하는 그런 관점이 이 정부에 투영돼 있다고 봐요.”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일 노조의 공동 대응도 눈에 띕니다.

“한·일 노동자, 일본의 노총인 전노련·전노협과 민주노총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그곳 대표들이 영상 메시지를 내고 저도 일본에 영상 메시지를 냅니다. 일본도 워낙 급박해서 이번엔 직접 한국에 오지 못하지만 이후 방문 계획도 논의 중입니다. 공동성명은 한·일 노동자들이 먼저 해서 이 내용을 초안으로 환태평양 국가의 노동조합과 함께하는 공동성명으로 확대 추진해가기로 했습니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도 요구했는데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습니다.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하면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정부도 거부권 행사에 관해서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정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노동조합 활동과 변화된 노동 조건을 반영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부도 심도 있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본 쪽에선 노란봉투법이 경제와 기업을 망쳐 공멸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50~60%에 이르고 비정규직의 교섭권이 보장된 유럽 기업들은 다 망했어야죠. 그렇지 않잖아요? 독일이 선진 노사 문화라고 이야기하는데 독일이 노사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건 노동자들의 교섭권이 폭넓게 보장되기 때문이거든요. 이사가 노사 동수로 구성돼 노동자가 경영에 개입하고 회사 상황도 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판단을 같이 하기 때문에 갈등이 줄어드는 겁니다.”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노란봉투법 정도는 윤 대통령이 수용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요. 노란봉투법은 손해배상 가압류도 아예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따져서 하라는 것으로, 대법원 판결하고 똑같은 내용입니다. 저도 손배 가압류 받고 있는데 진짜 끔찍합니다. 빈집에 와서 딱지 붙이고 집도 경매 소송하고 있고….”

―무슨 일 때문에 손배 가압류가 진행 중인가요?

“예전에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때문에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제가 대표(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사내하청분회장)였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는데 정말 상상하지 못한,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가족 모두 너무 고통스러워요. 전 아내와 둘이 사는데 집에 혼자 있을 때 이들이 문 따고 들어오면 어떡하냐고 아내가 굉장히 공포스러워합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았고 한국노총까지 뛰쳐나왔습니다. 노동계가 정부와 대화 틀은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적극적으로 원합니다. 단, 경사노위를 유일한 사회적 대화 틀로 인식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민주노총은 정부의 각종 위원회 60여곳에 참여하고 있어요. 경사노위는 상징적이고 정치적 의미가 많은 기구죠. 경사노위가 총론에서 개악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적어도 노동자들이 경사노위에 들어가 논의를 하려면 정부가 소위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 건가요?

“현재 가동되고 있는 다양한 정부위원회, 예를 들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장기요양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등등에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곳에서도 양대 노총을 배제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 기구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인수위 때부터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대화 테이블을 계속 요구했습니다. 대통령과 생방송 토론이라도 하자는 요구도 했어요. 그런데 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안 만나고 소위 엠제트(MZ) 노조 이런 곳을 찾아다니면서 정치 쇼만 하고 있어요. 엠제트 노조도 나름 건강한 고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종합적인 노동 정책에 대해서 고민하고 정부와 토론하려면 그만큼 역량도 축적된, 20년 이상 노동 정책을 쭉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온 양대 노총과 대화해야죠. 이걸 배제하고 직능단체 대표나 소규모 노동조합들의 상징성만 취하겠다고 하는 것은, 논의를 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아닌 거죠.”

―그들을 들러리 세워 양대 노총을 무력화한다는 건가요?

“그런 프레임을 가져가겠다는 거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은 굉장히 다양한 업종, 다양한 연령대의 노동자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업종이나 특정 연령을 주목한 정책이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대화가 되려면 정부의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노조 때리기 기조를 유지할 것 같은데요.

“그렇게 총선에서 승부를 보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총선이 임박하면 국민의힘도 움직일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진다고 생각하면 윤 대통령이 버림받는 건 순식간이라고 봐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에서 버림받은 거잖아요.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셈법이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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