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최초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임금과 임금 격차는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 노동시장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유럽이나 미국에 견줘 수요(사용자 쪽) 독점력이 크게 강한 모습을 보인다”며 “이는 노동자의 임금 협상력이 약해 임금을 높이지 않더라도 기업이 쉽게 사람을 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업종과 규모 등 사용자 처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노동시장의 모습은 기업 쪽에 치우쳐 합리적인 임금(가격) 수준을 형성하지 못하는 일종의 시장 실패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임금 노동의 경우 숙련도나 산업적 필요와 무관하게 성별·나이·고용형태·인종·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등에 따른 비합리적인 임금 결정이 만연해 있다.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 속에 그 흐름은 확대되고 있다. 가령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비정규직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64.4% 수준으로 2020년(65.9%) 이후 2년 연속 줄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은 ‘저임금 노동자가 비합리적인 저임금을 택하지 않을 수 있는 힘(협상력)’을 갖도록 만들 정책적 개입이다. 법으로 강제하는 최저임금, 재정 지원을 통한 노동자 소득과 영세 사업자 지원, 원·하청의 성과 공유, 취약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활성화 등이다. 전망은 어둡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임금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이렇다 할 정책적 노력이 보이지 않는데다, 정부는 오히려 기업이 좀 더 낮은 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임금 격차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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