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일 노동절에 분신해 숨진 건설노동자 양회동씨의 장례행렬이 21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미사를 마친 뒤 노제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정부의 ‘건폭(건설노조 폭력) 몰이’에 항의하며 지난 노동절에 분신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는 결국 정부로부터 사과받지 못한 채 그의 발인이 21일 엄수됐다. 양씨가 숨진 지 50일 만이다. 그 기간 정부는 사과를 요구하는 노조 집회를 ‘강경 진압’했고, 노조는 ‘정부 퇴진 투쟁’으로 맞서며 노·정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17일부터 5일간 진행된 양씨의 노동시민사회장을 마무리하고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 미사를 봉헌했다. 이어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노제를, 오후 1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영결식을 이어갔다.
정부·여당은 양씨의 장례 마지막 날까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간 노조에 대한 정부의 강경 기조를 추켜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건폭'이 멈췄다. 건설 현장 숨통이 트이고 공사판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양씨와 함께 있던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방조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혹시나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음모론에 가담했다.
정부와 노조의 충돌은 육탄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그간 노조 회계 공개 등 제도적 공격에 집중해온 정부는 지난달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계기로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태세로 전환했다. 경찰은 이 집회를 불법으로 보고, 이후 이어진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1박2일 집회를 강제 해산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앞선 건설노조 집회와 관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위반으로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등에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유혈진압은 필연적 결과였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고공농성하던 김 사무처장의 머리를 곤봉으로 여러 차례 내리쳐 끌어내렸다. 이런 경찰의 과잉진압에도 그는 지난 1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됐고, 21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위원에서 해촉됐다.
노·사·정의 유일한 대화기구였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창구마저 닫혔다. 노동계 대표로 유일하게 참석하던 한국노총이 지난 7일 경사노위 전면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근로시간 개편 등 논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경사노위가 재가동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일 “경사노위 유지를 위해 노동정책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악화일로의 노·정 관계는 파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민주·한국노총은 각각 양씨의 분신, 김 사무처장의 유혈진압으로 ‘정부 퇴진 투쟁’을 전면화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7월 2주간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앞으로 노·정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현재로썬 정부가 노조와 함께하겠다는 움직임이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노조가 7월 총파업 등을 예고한 상황에서 노조에 대한 정부의 추가적인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보다 더 극단적인 대결 구도가 표출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