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전본부가 5월 3일 대전경찰청 앞에서 지난 1일 건설노조 강원지부 조합원이 분신 시도 후 사망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의 분신 사망 원인이 정부에 있다며 대통령의 사과와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퇴,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1년간의 노동정책에 대해 학계와 노동계에서 “과거로 역주행한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비판사회학회, 산업노동학회, 민주노총 등이 함께 연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윤 정부 1년을 ‘잃어버린 1년’이라고 표현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교섭력이 다른 만큼 정부가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줘야 균형이 맞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노조를 배제하는 기이한 노사관계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5년과 윤석열 정부 1년의 노동정책 진단 발제에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윤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 노조 때리기 말고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조 때리기’로 일관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문제 해결이 미뤄진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정부가 노동조합과 ‘투쟁’하는 동안 정작 해결해야 할 노동시장의 문제는 미해결 장기과제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렇게 공방하는 사이 노동 빈곤층은 늘어나고, 경제위기가 심화할수록 그 피해는 기업에만 가는 게 아니라 노동 빈곤층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기간제 보호법 재정비, 5인 미만 사업체 근로기준법 적용 등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성, 청년, 미조직 등을 대표해 나온 토론자들도 각 분야에서의 ‘퇴행’을 강조했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여성문제만큼 퇴행이 극명히 드러난 영역이 있을까 싶다”며 “여성의 노동시장 차별과 불이익에 대한 관점이 실종되며 여성을 일차적 돌봄 전담자와 이차 소득자로 위치시킬 가능성을 높였다”고 짚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윤석열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고, 불안정 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한 개선도 없다. 매우 심각한 후퇴”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문제 삼으며 내놓은 정책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더 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도 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 교수는 “(향후) 변화하는 쪽이 노사관계 주도권을 가질 것이다. 결국 노조가 변화해야 한다”며 “노조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 제도 개혁을 노동자 주도로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를 대표해 나온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지난 1일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으로 목숨을 잃은 양회동씨를 언급하며 “개인에게 희망을 주고 같이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노조 차원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며 “조직 노동자의 70%가 정규직인데 노조가 사회적으로 정규직들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한다고 비치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1년 노동·사회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1부 사회를 맡은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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