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이강국 |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5월10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아직 1년밖에 안 됐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정부가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크다. 어찌 됐든 국민의 평가는 냉정하다. 2023년 4월 넷째 주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32%에 불과하다.
경제는 어떨까. 보통 사람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할 텐데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 성과는 실망스럽다. 경제성장률은 2022년 2.6%에 이어 올해는 1%대로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 공식 전망치는 1.6%인데, 여러 기관이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고 1% 이하로 전망하는 해외 기관도 있다.
실제 2022년 초 이후 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2023년 1분기에는 0.3%로 회복됐지만 설비투자가 4% 감소해 우려스럽다. 윤석열 정부 기간인 2022년 2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3분기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약 0.2% 성장했을 뿐이다. 이 기간 민간소비는 약 1.6% 늘어났고, 설비투자는 6.4% 증가해 나쁘지 않았지만, 국민계정상 수출과 수입의 차이가 약 30%나 줄어들었다.
이는 반도체산업 등에서 미-중 갈등 심화와 세계 경제의 부진 속에서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국의 수출액은 7개월 연속 감소해 전년 대비 약 14% 줄어들었고, 무역수지는 26억달러 적자로 1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반도체와 대중수출 감소가 주된 요인인데, 최근 한국의 수출 감소는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 흑자를 얻는 분업구조가 해체되고 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한-미 동맹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에서는 타격을 최소화하고 실익을 얻기 위한 지혜로운 외교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이 최근 미국을 국빈방문했지만 경제 면에서 어떤 성과를 얻어 왔는지 의문스럽다.
거시경제정책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가 나라 곳간을 비웠다며 비판하고 재정건전화를 강조했다. 이는 2023년 예산과 재정수지 목표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기조와 모순되게 법인세와 소득세 그리고 부동산 등에서 세금을 깎았다. 감세와 함께 정부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세수 전망을 제시해, 세수에서 이미 펑크가 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세수진도율은 21.7%로 최근 5년 평균 26.4%를 훨씬 밑돌았다.
확장재정을 반대하며 감세를 시행하는 모순적인 정책은 미국 공화당이 흔히 추진하던 전략이다. 세수가 모자라니 결국 정부지출을 더 줄여 경제에서 정부 역할을 축소하는 이런 전략은 ‘야수 굶기기’라고 불린다. 그 과정에서 복지지출이나 필요한 공공투자가 억제되기 때문에 피해는 취약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2023년 보건, 복지, 고용 부문 예산은 약 4% 증가하는 데 그쳐 자연증가분을 제외하면 매우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감세가 투자와 성장을 촉진하는 낙수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의 승수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가 보여주듯 부자나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줄 것이 아니라, 그 세금을 거둬 정부가 직접 지출하는 것이 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 그러니 우선 감세부터 철회하고, 증세에 기초한 재정확장을 추진해야 할 일이다.
통화정책을 보면 인플레에 대응한 금리인상은 일단 멈춘 상태지만, 고금리를 배경으로 한 가계부채의 부실과 금융불안 가능성은 여전히 걱정스럽다. 그밖에도 정부는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을 추진했지만, 노동시간 개편을 두고 논란만 일으켰을 뿐이고 연금개혁은 계획조차 나오지 않았으니 평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저런 결과를 종합하면, 1년차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적은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매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난 정부였다면 경제를 말아먹었다며 소리 높여 비판했을 언론과 학자들은 조용하기만 하다. 정부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능력 있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앞으로도 이 정부의 경제성적이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