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 한 건설노조 강원지부 양아무개씨가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양씨는 다음날 숨졌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노동절인 지난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한 뒤 치료 끝에 숨진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아무개 지대장은 모두 3통의 유서를 남겼고, 이 중 야당에 남긴 유서에서 양씨는 “(건설노조 수사로) 구속된 분들을 풀어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관계자들은 3일 오전 강원도 강릉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씨가 야당에 남긴 유서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양씨는 유서에서 “억울하고 창피하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찰 독재정치의 제물이 되어 지지율을 올리는 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죄없이 구속돼야 한다”며 “당 대표님들,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제발 풀어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유서에서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뜨려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도 적었다. 각 당은 유서의 일부 내용만 공개한 뒤 원본은 당 대표들에게 전달해 당 차원의 의견을 표명할 계획이다.
앞서 양씨 유족은 전날 가족과 건설노조, 야당 앞으로 작성된 3통의 유서가 발견된 사실을 강릉경찰서에서 전달받아 이 가운데 야당 앞으로 남겨진 유서를 이날 당 관계자들과 함께 열람했다. 양씨는 건설노조 앞으로 보낸 유서에서 노동자를 걸림돌로 생각하는 윤 대통령을 꼭 퇴진시켜야 한다며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라고 썼다. 건설노조는 유족 쪽과 강원 속초시 보광병원에 안치된 양씨 장례일정을 협의 중이다.
한편, 양씨 분신 이후 침묵을 지키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안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마친 뒤 <한겨레>와 만나 “안타까운 일이다. 발생하면 안 된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제나 노사관계 시스템과 관련해 저희는 약자 보호나 억울한 일이 없도록 지금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이런 부분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양씨 빈소 방문 계획을 묻는 말엔 답변 없이 현장을 떠났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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