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양대노총을 ‘부패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엠제트(MZ)세대로 불리는 청년 노동자와 갈라치기 방식으로 노동개혁안을 추진해 온 가운데, 엠제트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협의회)’가 첫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현재 1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칸막이를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해, 1주일에 최대 80.5시간(주 7일 기준)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협의회는 9일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관한 의견문’을 내고 “주요 선진국에 견줘 평균 노동시간이 많은 한국이 연장근로 시간을 늘리는 것은 노동조건을 개선해왔던 국제사회 노력에 역행한다”며 “협의회 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정부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엘지(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등 8개 노동조합의 연대체로 지난달 21일 “노사가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공식 출범했다.
2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동자아트홀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협의회는 현행법상 노동자 개인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선택할 수 없고 노동조합 등 근로자대표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정부 정책은 최저 노동시간을 설정해 개별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준환 협의회 의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선택근로제를 통해 근로시간을 자유자재로 쓰는 건 찬성하지만, 연장근로시간을 늘리는 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개편안을 논의할 때 노동자 의견 수렴 노력이 부족했고 노동계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협의회 토론 과정에서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반대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엠제트노조의 반대 표명으로, 청년 노동자가 원하기 때문에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은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개편안 발표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년들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말했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2030 청년층도 다들 좋아하고, 이미 선진국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개편방안 발표 사흘 만인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편방안은)주 52시간제의 지향점을 깨는 게 아니라 실근로시간 단축이 목표”라며 “주 평균 근로시간을 잘 관리하고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면 과로가 없어지고 생산성도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서 “70년간 경직적으로 운영돼 온 근로시간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현대화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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