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2월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건설노동자 조폭 매도 윤석열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범정부 대책에 대한 입장 및 2.28 상경투쟁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8년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중 숨진 건설 현장 노동자는 ‘0명’이었다. 한 해 전만 해도 같은 작업을 하다 붕괴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노동자와 정부 사이 ‘대화’가 있었을 뿐이다.
건설 현장에서 처참한 사고를 보고 겪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복잡한 고용관계로 인한 안전관리 책임 주체의 공백, 타워크레인의 부실한 등록과 관리 등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2017년 11월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마련했다. 타워크레인을 전수검사하고, 건설사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했다. 그동안 별다른 자격이 없는 개인 사업자가 타워크레인의 설치와 해체를 해왔지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작업팀을 등록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안전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만드는 일이 노조와 정부의 협업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54명에 달하던 타워크레인 사상자(사망·부상자)를 제로로 만드는 등, 노동계와 협력을 통해 건설산업 혁신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건설노조는 그동안 건설산업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부의 중요한 대화 상대였다. ‘공사장 펜스 안’ 건설 현장의 복잡한 구조와 부조리를 파악할 수 있는데다, 건설사 반발이 클 수 있는 산업구조 투명화 같은 정책 동력을 노동자 쪽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은 흔하게 놓여 있지만 막상 많은 것들이 외부에 불투명하게 가려져 있다. 공사 비용(건설 원가)이 얼마이고 어떻게 구성 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대개 시공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종합건설업체(원청), 난립하는 9만여개의 전문건설업체(하청), 팀·반장 단위 조직과 무등록 재하청 업체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건설노조와 정부가 함께 만든 대책은 노동 조건과도 연결된 불투명한 건설 산업과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많다. 2008년 당시 난립한 하청업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공 참여자’라는 하도급 업체의 존재를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삭제해, 다단계 하도급을 한 단계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2018년과 2021년 나온 건설산업 노사정 합의문 세개에도 ‘공사비가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되고 투명하게 지출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저가경쟁을 유발하는 요인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강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대책은 건설 현장의 노동조건뿐 아니라 건설 비용 투명성, 시공 품질 제고 같은 시민들의 이해와도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이같은 노-정 대화는 정부가 화물연대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과 함께 노동조합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 실장은 “이전 정부와 함께 만든 대책 추진 일정에 따라 국토부와 수시로 소통해왔는데, 지난해 11월 이후 이런 대화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나온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은 노조의 불법행위만 지적했지,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적 고민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년에 한차례 이뤄지는 노-정 대화는 지난해 9월에 했고, 의도적으로 노조와 대화를 피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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