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형틀 목수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 건물 뼈대를 올리는 데 꼭 필요한 노동자예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노가다꾼’이 아닌 직업인이라고, 딸한테 떳떳하게 ‘아빠 목수야’라고 말하려면 산업이 투명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건데 ‘건폭’이라는 말이 이 모든 걸 무의미하게 만들었습니다.”
12년차 형틀 목수 맹종안(44)씨는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근처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규탄! 반노동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노총 결의대회’(이하 결의대회)에 참여한 이유를 “떳떳하게 내 직업을 말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정부가 건설노조 활동을 ‘건폭’(건설 현장 폭력)으로 규정하고 조합원 채용이나 월례비 지급 강요 등 노동조합의 불법·부당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열어 “이름 없는 노가다꾼으로 일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건설노동자 등 4만3천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4만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오후 1시30분부터 종각·경복궁역·경찰청으로 나뉘어 진행된 사전 대회를 시작으로,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장옥기 전국건설노조 위원장은 집회에서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데 (정부는) 깡패 집단, 부패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우리는 안전이 무시되는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장시간 일하던 이름 없는 노가다꾼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은 종합건설업체(원청)→전문건설업체(하도급) →재하도급 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불투명한 고용 관계가 만연하다. 경기 변동에 따라 취업과 해고가 반복되고 노동조건도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용·임시직 건설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기 위한 퇴직공제 도입, 불법 하도급을 줄이기 위한 수차례의 법 개정과 대책 발표 등 최소한의 노동조건과 안전장치, 사회적 안전망을 노동조합 주도로 만들어왔다는 게 건설노조 쪽 주장이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의 힘으로 만성적 임금 체불, 불법 하도급, 중간착취가 조금씩 사라지며 청년이 돌아오는 일터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매도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공세를, 건설 현장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단초로 삼아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16년 동안 타워크레인 기사로 일한 박현수(49)씨는 “투명하고 안전한 건설 현장을 누구보다 원하는 것이 기사들이고, 임금이 좀 줄더라도 정부가 ‘금품 갈취’라고 하는 월례비 같은 비정상적인 임금을 받지 않을 각오도 돼 있다”며 “대신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물론 다른 현장 노동자나 시민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작업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노조는 전날 원청인 종합건설업체들이 모인 대한건설협회에 ‘3월2일부터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 지급을 중단하고, 장시간·위험 노동 또한 근절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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