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왼쪽), 안상훈 사회수석비서관이 지난 2월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실에서 노조회계 투명성에 대한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정부가 ‘11시간 연속 휴식’을 하지 않고도 1주에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사용자 요구를 받아들여 노동시간 유연화를 가속하며 노동자 건강권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 관계자는 24일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확대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1주 최대 노동시간을 64시간으로 제한하되 11시간 연속 휴식 제도는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여러 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1주에 최대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까지만 가능한 노동시간의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비판이 이는 가운데 정부 의뢰를 받아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해 12월 노동자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11시간 연속 휴식’ 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노동자가 근무를 끝낸 뒤 적어도 11시간 이상은 쉰 뒤 다음 근무에 들어가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시간을 계산할 경우, 하루 24시간 가운데 11시간 연속휴식 시간을 빼면 13시간이 남는다. 근로기준법은 4시간 근무마다 30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므로, 13시간에서 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은 11.5시간이다. 주휴일에도 일한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근로시간은 11.5시간에 7일을 곱해 80.5시간이 되고, 주휴일 1일을 쉴 경우 6일을 곱해 69시간이 된다.
노동계는 1주 64시간 이상 노동을 뇌심혈관계·근골격계 산업재해 인정 요소로 삼는 정부 지침을 들어 “여전히 노동자 건강을 해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용자단체 쪽은 11시간 연속 휴식제 도입은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데 걸림돌”이라고 반대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안은 이를 절충한 형태인 셈이다.
하지만 연속 휴식제가 빠진 1주 64시간 노동 허용은 여전히 노동자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현재도 노동부장관이 주 최대 52시간에 12시간을 더해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개별 기업에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제를 적용하거나 탄력근로시간제 도입 때도 노동부는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지키도록 한다. 노동계가 “과도한 장시간 노동을 보편적 제도로 적용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는 배경이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에 11시간 연속 휴식제도가 들어간 건 최소한의 노동자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조처”라며 “노동부는 노동자들이 사나흘씩 쉼없이 일하는 제도를 허용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도 “주 단위든 월 단위든 전체 노동시간 총량뿐만 아니라 하루 노동시간 자체가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하루 노동시간 제한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안전 보건 측면에서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적용하지 않는 장시간 노동은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노동자는 1일 11시간 이상 연속 휴식을 취하고 1주일에 적어도 24시간은 연속해서 쉴 것을 제도화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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