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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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6시 15분, 경기도 평택에 있는 에스피씨(SPC) 계열의 빵 공장 에스피엘(SPL)에서 ㄱ씨(23살)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는 밤을 새워 파리바게뜨에 납품할 샌드위치의 소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다음 날 사고 현장 옆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빵을 만들게 지시했습니다. ㄱ씨는 왜 빵을 만들다 숨졌고,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장현은 사회정책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빵 공장에서 왜 사람이 죽은 건가요?
장현은 기자: 누구도
사고 장면을 보진 못했으니까 동료들도 추측만 하고 있습니다. 평소 작업할 때 앞치마가 기계에 끼이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손을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것 때문인가 하는 거죠.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회사가 제대로 안전조치를 지켰다면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①왜 비상 상황에 대비한 ‘2인 1조’ 작업 매뉴얼이 안 지켜졌나. ②왜 회전하는 소스 배합기에 끼임 사고를 막을 덮개나 ‘인터록’(덮개를 열면 기계가 멈추는 자동멈춤장치)이 없었나. ③ 왜 일주일 전에도 끼임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망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나.
실제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도
평소 2인 1조로 근무를 하진 않았고, 일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안전교육을 하지 않고도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서명만 받았다는 증언도 했고요.
사고 다음 날인 16일 정의당 의원들이 공장을 방문해 사고 현장을 살펴볼 때, 뒤에선 노동자들이 빵이 만들고 있다. 이은주 의원실 제공
[The 2] 사고가 발생하고 신고하기까지 10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데, 왜 그런 거죠?
장현은 기자: 오전 6시 15분 동료가 피해자를 발견하고선 2분 뒤에 야간 현장관리자에게 유선 전화로 연락했습니다. 관리자는 8분이 더 지나고서야 119에 신고를 했고요. 구급차가 도착한 건 18분이 더 지난 뒤였습니다. 평소 노동자는 작업장으로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밖으로 나가 관리자의 전화번호를 찾아 관리자에게 전화하고, 관리자가 119에 전화하기까지 시간이 흘러갈 수밖에 없어요. 노조는 이런 주장도 해요. 예전에 작업장에서 노동자가 쓰러졌을 때
동료가 보고도 없이 119에 전화했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었으니, 이번에도 곧바로 신고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거죠.
[The 3] 사망 사고 다음 날, 회사가 다시 기계를 돌리고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지시해 소비자들의 분노가 더 커졌어요.
장현은 기자: 사고 직후인 15일 오전, 야간조 동료들이 소스 배합기에 가득 찬 소스를 퍼내고 피해자를 수습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동료들도 있고요. 그런데 회사는 그중 일부에게만 16일부터 휴가를 줬습니다. 일부는
회사 지시로 16일 밤 출근해 재료를 폐기해야 했고요. 주간조는 사고 현장엔 없었지만 다음 날 동료를 숨지게 한 기계를 옆에 두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나중에 비판받고 나서야,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휴가를 줬습니다
. 노동자들은
“회사가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리고 일을 시킨 건
우리를 감정이 없는 기계로 본다는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The 4] 노동부는 SPL를 수사하고 있는데, 수사가 그룹사인 SPC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나요? SPC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한 이력도 있잖아요.
장현은 기자: 지금은 노동부가
SPL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SPL이 독립된 기업으로 보이고 경영책임자가 따로 있어
SPC에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정신과 전문의에게 들어보면, 책임 소재를 따지는 건 남은 노동자의 트라우마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해요. 수사나 진상 규명 결과에 실망한 노동자들이 더 큰 죄책감이나 무력감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The 5] ‘SPC 불매 운동’이 온라인을 넘어 대학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한편에선,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장현은 기자: 그럴 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가맹점주가 더 큰 피해를 보진 않을까 걱정하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 SPC여야 합니다. 애초에 SPC가 노동자 안전을 잘 지켜줬다면, 이번 사고에 그런 식으로 대처를 안 했다면 이렇게까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진 않았을 테니까요.
SPC가 아닌 다른 회사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거라고 우려하는 소비자들도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지난 5월 처음 SPC 불매 운동이 시작됐을 때, ‘#동네빵집_챌린지’도 함께 진행됐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선한 대체재를 찾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