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에스피씨그룹 회장(맨앞)과 계열사 대표들이 계열사의 경기도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 2층 강당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소중한 생명을 잃은 뒤의 ‘뒤늦은 사과’와 ‘대책 발표’였다.
에스피시(SPC)가 21일 계열사 에스피엘(SPL) 평택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에스피시는 총 1천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영인 에스피시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에스피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5일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인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특히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배려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허영인 에스피씨그룹 회장(가운데)이 계열사의 경기도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앞서 에스피시는 사망사고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한 기계를 흰 천으로 덮은 채 계속해서 공장을 가동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릴 직원들에게 휴가를 부여하지 않아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허 회장도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특히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잘못된 일이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인간적인 배려’를 강조하고 나선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허 회장은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에스피시는 이번과 같은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향후 3년간 총 1천억원을 투자해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에 700억원,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황재복 에스피시 대표이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받은 복수의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고가 발생한 에스피엘뿐만 아니라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진단’을 즉시 실시해, 진단 결과를 반영한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실행하겠다”며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직원이 참여하는 독립된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안전에 대한 외부 관리 감독 및 자문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늦은 대국민 사과가 에스피시에 대한 비판여론과 불매운동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에스피시는 앞서 사망사고 노동자의 빈소에 에스피시 빵을 ‘답례품’ 명목으로 보내 비난을 받았으며, 불매운동은 에스피시 계열사 전체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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