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열린 ‘제빵공장 청년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SPC 로고에 사고 해결을 위한 요구안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노동자의 사망을 부른 에스피씨(SPC) 계열사 에스피엘(SPL)의 끼임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해 수사 중이다.
노동부는 18일 경기지청과 평택지청, 산업안전보건본부 근로감독관 등 18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재해 규모에 비해선 이례적으로 많은 수사 인력이 투입됐다.
노동부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사고가 난 에스피엘 평택공장의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교반기)에 노동자 끼임을 막기 위한 뚜껑과 자동 멈춤장치(인터록)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이다.
산안법과 시행령은 동력장치를 이용한 재료 혼합 작업을 할 때 뚜껑을 설치해야 하고 재료를 투입·혼합·배출할 때는 기계를 멈춰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원래 기계가 작동할 때에는 (덮개를) 붙여놔야 한다. 산안법상으론 덮개나 방호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안법을 위반해 노동자가 1명 이상 숨지는 중대재해가 나면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된다. 다만, 작업 현장을 확인할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어 노동부는 사고 당시 현장 주변에 있던 11명의 노동자와 회사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시민들이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20대 노동자를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사고가 난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실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에스피엘 공장에서 일어난 산재 37건 가운데 15건(40.5%)이 끼임 사고였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경영책임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확인 및 개선이 이뤄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규정한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도 사업주가 이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결국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나면 처벌 대상이다.
노동부는 회사가 작업지시서에 2인1조 근무를 하도록 했는데도 실제론 사고 노동자가 혼자 작업하다 기계에 빨려 들어간 대목도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2인1조 근무를 서류상 지시하고도 막상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데 회사의 책임이 있다면, 이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최 국장은 “사업장에서 2인1조 근무를 매뉴얼에 정해놓고 지키지 않았다면 법에 위반될 수 있다”며 “엄중한 수사로 사고의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경찰서는 이날 에스피엘 공장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전이라 구체적인 과실 부분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유족이 당초 입장을 바꿔 부검을 요구함에 따라 숨진 노동자의 주검을 19일 오전 부검하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모친이 우리 딸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하겠다고 부검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날 <한겨레>에 “관련 수사가 엄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죽은 아이가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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