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노동·종교·법률·시민단체 대표 및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손배 가압류 금지와 하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4일 쟁의행위 손배소 대응 시민단체 ‘손잡고’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93개 노동·법률·시민단체는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한 뒤 입법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운동으로,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사용자 범위와 손해배상 면책범위를 넓히고 이를 통해 기업이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무분별하게 손배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올해 말까지 노조법 2·3조를 개정할 것을 국회에 요구하며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본부의 핵심 요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 제2조를 개정해 원청기업에게도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동조합법의 사용자는 주로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사업주 등으로만 해석돼왔다. 이 때문에 하청노동자 임금·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하는 원청기업은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해석됐다. 하청 노조는 권한이 없는 하청기업들과 교섭을 해도 임금·노동조건 향상을 기대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점거농성 등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후 원청기업들은 하청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인 예다. 노동계는 원청기업에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한다면, 하청노조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운동본부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면책 범위를 지금보다 넓히자는 노동조합법 제3조 개정도 주장한다. 제3조는 단체교섭·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손해를 입더라도 노조·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데, 법원은 목적·수단·절차 등의 세부적인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합법적’ 쟁의행위로 판단한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도 불법 쟁의행위로 해석되는 실정이다. 제3조를 개정해 ‘합법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 운동본부의 주장이다.
당초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대한 손배소 논란으로 처음 논의가 시작돼, 2014년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노조법 제2조 개정법안도 국회에 여러차례 발의됐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와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했다가 거액의 손배소를 당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현재 노란봉투법으로 분류되는 법안은 민주당이 5건, 정의당이 1건씩 발의한 상태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을 들어 ‘사용자 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하거나, 손배소에 상한액을 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이날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전달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