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14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운동본부’ 출법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손배 가압류 금지와 하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사태로 손배 가압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인 데다 169석의 거야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정기국회 중점과제 22개 중 하나로 포함시키자 보수진영과 재계는 ‘기업 죽이는 노조 떼법’이라며 총력 반대에 나섰다. 재계의 반발에 막혀 번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노란봉투법이 이번엔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팎에선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경제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93개 단체가 꾸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했다. 노조법 2조의 ‘근로자’(노동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노동자 등 불안정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같은 법 3조를 고쳐 합법적인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금지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은 민주당 소속인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법행위자만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해 경제의 근간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액이 청구된 ‘쌍용자동차 파업사태’ 이후 기업의 손배소를 통한 노동권 침해가 공론화되면서 탄력받은 노란봉투법은 지난 19대·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환노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파업의 대가로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손배소와 가압류를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동자가 줄을 이었지만, 재계가 강력하게 반대한 탓이다. 21대 국회에도 민주당 강민정·강병원·양경숙·이수진·임종성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강은미 의원이 각각 발의한 7개의 관련 법이 환노위에 계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못 미치는 현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자명한 데다 노동계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국회가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와 실태를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여당이 정략적으로 반대할 순 있으나 동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강구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킬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당론으로 발의한 노란봉투법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한겨레>에 “노동3권도 중요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재산권도 중요하다. 현행법상 파업의 수단과 방법이 적절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면책되는데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지 말라는 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야당이 국회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지만, 여당이 강력 반대하면 법 통과는 쉽지 않다.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여야 합의를 안 하고 소위원회를 통과한다는 건 맞지 않다”며 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환노위를 통과하더라도, 본회의로 가기 전 법제사법위원회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법사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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