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을 일으킨 두성산업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가 수사해 검찰에 넘긴 ‘1호 사건’이다.
노동부는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액을 에어컨 부품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면서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 등 직업성 질병에 걸리게 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중대산업재해치상)로 두성산업 법인과 대표이사 천아무개씨를 창원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노동부는 독성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에 필요한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도 법인과 천씨에게 적용했다.
두성산업은 수사 초기만 하더라도 ‘세척액 유통업체가 잘못된 성분을 알려줬다’며 직업성 질병에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세척액 사용공정에 국소배기장치도 설치하지 않고 마스크를 노동자들끼리 돌려쓰게 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두성산업의 경영책임자(대표이사)는 중대재해법이 규정한 종사자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사업장에서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을 취급하면서 국소배기장치 설치 등 필요한 보건조치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보강수사를 마무리한 뒤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두성산업의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창원지법은 지난달 21일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밝힌 바 있어, 검찰이 천씨를 기소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1명 이상이 숨지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두성산업은 법 시행 이후 중대산업재해 발생일 기준 5번째 기업이자, 직업성 질병 사건 1호 기업인데, 다른 사건보다 먼저 수사가 마무리돼 1호 송치대상이 됐다.
3명이 숨진 삼표산업, 2명이 숨진 요진건설산업,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여천엔씨씨(NCC), 1명이 숨진 현대건설은 두성산업보다 먼저 사고가 발생했지만, 노동부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이들 기업이 방어권 행사를 빌미로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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