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바이오엔텍, 얀센(존슨앤존슨), 스푸트니크 브이(V) 백신 바이알 모형. REUTER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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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등에 대한 얀센 코로나19 백신 90만명분 사전예약이 진행되던 1일, 젊은 남성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얀센 예방률이 너무 낮던데. 66프로. 난 나중에 화이자나 모더나 들어올 시기에 맞을랜다.”
이런 반응은 앞서 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도 나왔습니다. 지난 3월 마이크 더건 미국 디트로이트 시장은 “최고의 백신은 모더나와 화이자다. 주민들이 최고의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고 얀센 백신 수령을 거부했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임상시험에서 각 백신의 예방효과는 얀센 66%, 화이자 95%, 모더나 94%로 보고됐습니다. ‘30%나 차이가 나니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는 게 낮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올 법합니다. 판매 가격도 얀센은 한 회당 10달러, 화이자는 20달러, 모더나는 25~37달러로 매겨져, 앞서 접종을 시작했던 미국에서도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일단, 화이자와 모더나는 영하 90~60도의 초저온 상태로 보관·배송을 해야 하는 점이 가격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커, 가격과 효능을 연관짓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예방효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백신의 예방효과 수치엔 임상시험 시기와 시행 국가의 차이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합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주로 미국 내 유행이 잦아들었던 하절기인 지난해 8~11월에 3상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얀센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임상 3상을 수행했습니다. 지난 겨울은 미국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이 심각해지던 시기였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데버라 풀러 미국 워싱턴대 교수(미생물학)는 미국 언론 <복스>에 이 점을 지적하며 “만약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의 임상시험을 얀센 백신이 했던 기간에 했다면 지금과는 매우 다른 예방효과 수치를 보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주로 미국 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모더나나 화이자와 달리 얀센은 참여자의 44%만 미국에서 참여했고, 나머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7개국에서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선 접종 4주 뒤 예방효과가 72%였지만, 베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한 남아공에선 64%였습니다. 이런 여러 나라에서 나온 수치를 합치면서 66%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미 존스홉킨스 보건안전센터의 아메시 아달야 박사도 <복스>에 “백신을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이 백신들을 같은 나라 같은 시기에 같은 임상시험에서 연구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임상시험이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된 것이 아니면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 임상통계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얀센 백신을 유행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국내에서 접종했을 때는 예방효과가 더 좋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4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주 접종 대상이었던 60살 이상에서 예방효과를 계산했을 때 아스트라제네카는 86%, 화이자 백신은 89.7%로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상시험에서 보고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효과 62~70%보다 수치가 더 높게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신을 평가할 때는 감염을 얼마나 막았느냐는 예방효과보다 중증화와 사망을 얼마나 방지할 수 있느냐는 대목이 더 중요합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사망으로 이르지 않는다면, 코로나19는 독감처럼 그다지 무섭지 않은 질병이 되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업의 목표가 바로 이것입니다. 얀센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중증예방엔 85%, 사망 예방에는 10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캐나다 보건부의 지난달 21일 발표를 보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도 베타 변이에 대해 64%로, 화이자(75%)와 노바백스(55%) 백신 등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얀센 백신은 1회 접종이라 예방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년께 전 국민이 예방효과와 유지 기간을 강화해주는 추가접종, 일명 ‘부스터 샷’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다른 백신으로 추가접종을 받는 교차 접종에 대해 임상시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각 국가의 백신 도입과 접종 상황상 추가접종까지 같은 백신을 맞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얀센은 1회 접종 백신이라 효과와 지속 기간이 떨어질 수 있지만, 내년께 대부분 백신 접종자들이 추가접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이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하반기 예방접종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접종자 접종이 시작될 오는 10~11월까지 기다린다고 해도 자기가 원하는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그때까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성이 남아 있고,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주어지는 자가격리 면제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중에 화이자나 모더나 들어올 시기에 맞겠다”는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팬데믹 상황에선 ‘어떤 백신이 좋으니까 그걸 맞겠다’는 전략은 전체 백신 접종 속도를 늦춰서 사망자를 증가시킨다. 일각에서 이런 백신의 사회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백신의 우열을 따지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일까요? 얀센 백신처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 미 식품의약국(FDA) 등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에서 효과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을 허가한 백신이라면,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라는 것이 신뢰할만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도 민방위 대원 자격으로 얀센 백신을 사전예약해 가장 빠른 날짜인 오는 10일 접종할 예정입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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