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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유통 문제 독감백신 48만도스 수거…12일부터 무료접종 재개

등록 2020-10-06 21:52수정 2020-10-21 16:43

질병청·식약처 유통과정·품질 조사
‘25℃, 24시간’ 품질 유지 확인
상온 노출 24시간 넘긴 백신 없어

0℃ 이하 노출 등 48만 도스는
효력 저하 우려 있어 수거하기로
이미 접종한 554명, 재접종 여부 논의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연합뉴스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무료접종) 사업용 백신 가운데 유통 중 적정 온도를 벗어났거나 실시간 온도 기록이 없어 ‘효력 하락’이 우려되는 48만도스(1도스=1회 접종분)를 보건당국이 수거하기로 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체 무료접종용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독감 무료접종은 12일께 재개될 예정이다.

6일 오후 질병청과 식약처는 브리핑을 열어 신성약품·디엘팜 컨소시엄이 지난달 21일까지 전국의 독감 백신 접종기관 1만1808곳에 공급한 무료접종용 백신 539만도스의 유통 과정 조사와 품질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주간의 조사 결과, 잠시라도 적정 온도(2~8℃)가 지켜지지 않은 차량 운송 횟수는 모두 196차례였다. 기준을 벗어난 온도에서의 운송시간은 평균 88분이었다. 부적절한 온도에 노출된 시간은 해당 백신의 88%가 3시간 이내였으나, 2천도스는 13시간이 넘는 800분간 10℃ 환경에서 보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은 이 2천도스를 포함해 모두 48만도스를 수거하기로 했다. 0℃ 미만에 노출된 27만도스, 신성약품에서 백신을 받은 11톤 차량이 호남 지역 배송 중 1톤 차량으로 백신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야외 주차장 바닥에 내려둔 17만도스, 유통 과정의 온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3만도스 등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검증한 결과 안전성은 문제가 없지만, 효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위험성을 아예 차단하고자 48만도스를 수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질병청 등은 유통 백신 전체에 품질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8개 제조사가 생산한 독감 백신이 모두 ‘25℃, 24시간’ 조건에서 품질이 유지된다는 것을 식약처, 제조사,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이 단독 또는 교차 시험으로 확인한 결과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성백린 연세대 교수(생명공학과)는 “상온 노출 문제로 열린 세번의 전문가 회의(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우려할 만한 백신 효과 감소나 안전성 문제는 없을 것이지만 비정상적인 배송 물량 일부는 수거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수거 대상 물량은 11개 지역에 공급됐으며, 이 가운데 7곳(서울, 대구, 광주, 충남, 전남, 경북, 제주)의 554명이 이 백신을 맞았다. 질병청은 이들에 대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접종 필요성 등을 의학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수거한 물량은 기존에 신성약품에서 총액 구매한 1259만도스 가운데 여유 물량인 34만도스 등으로 대체해 사용된다. 신성약품은 조사가 마무리된 뒤 약사법 등 위반 사항이 파악되면 제재 조처가 이뤄질 수 있다.

무료접종 일정은 12일께 재개될 전망이다. 질병청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후속 논의 등을 거쳐 신속히 구체적인 접종 계획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발표만으로 무료접종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유료용 백신으로 수요가 쏠려 무료용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우선 접종 대상자는 아니지만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료용 백신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공급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경 청장은 “이번에 지적된 백신 배송 과정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통 과정 모니터링 등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권지담 황예랑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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