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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돈 내고라도…” 독감백신 품귀 불안에 병원마다 북새통

등록 2020-09-23 17:33수정 2020-10-21 16:59

공공물량 상온노출로 무료접종 중단
하루종일 접종환자·문의 줄의어
민간물량 1100만명분 있지만
공공물량 폐기땐 부족 우려

코로나 따른 수요·무료접종자도 늘어
“방역당국 조사결과 기다릴 수 없어”
정부 “차질없이 시행 최대한 노력”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약(백신)이 떨어진다니까 불안해서 맞으러 왔지. 독감 걸리면 코로나19도 같이 온다는데, 당뇨도 있고 나이도 있어서….” 23일 서울 동대문구 한 정형외과에서 만난 배연자(59)씨는 매년 11월에 맞던 독감 백신을 올해는 한달 넘게 앞당겨 이날 맞았다고 했다. ‘독감 백신 무료접종 중단’ 사태에, 유료 백신까지 줄어들까 걱정된 탓이다. 배씨는 “맞으면서도 혹시 부작용은 없을까 찝찝하다”고 우려했다.

이날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병원들은 백신을 맞으러 온 이들로 종일 붐볐다. 배씨가 찾은 병원의 간호사는 “아침 9시부터 낮 1시까지 4시간 동안 약 60명의 환자가 몰렸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간호사도 “하루종일 유료 백신 접종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와 정신이 없다”고 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청소년을 아이로 둔 부모나 임산부들은 “방역당국 조사 결과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유료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8살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김민희(가명·41)씨는 “원래 이번주에 무료로 아이 둘을 접종시키려고 했는데, 물량에 문제가 생겼다니까 빨리 접종하려고 한다”며 “코로나19는 계속되는데 마냥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올 수는 있는지, (백신) 대란이 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에 확보된 독감 백신은 모두 2964만도스(1회 접종분)로, 이 가운데 돈을 내고 맞을 수 있는 민간 물량은 1120만도스(1100만명분)다. 그런데 공공 물량 일부인 만 13~18살 대상 백신 500만도스의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유료 백신이 부족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의 경우 상온에 노출된 물량을 폐기해야 한다면, 그만큼을 유료 백신으로 충당해야 할 수 있는 탓이다. 무료든 유료든 백신의 효과는 같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년 백신이 조금씩 남는데, 올해는 트윈데믹(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 우려로 일반인도 많이 예방접종을 할 것으로 예상돼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만약 조사 중인 물량 가운데 100만 단위 이상을 폐기해야 한다면 접종 대상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4차 추가경정예산 통과로 무료 접종 대상은 105만명(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연금수급자)이 더 늘어 백신 부족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사과는 하겠지만,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상온 노출 백신이) 냉장차를 벗어나 운반된 시간은 1시간 이내, 현실적으로 10분 이내인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WHO)가 4가 백신을 상온에 노출했을 때 안전 기간이라고 한 2주보다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 그다지 위험한 것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1차관은 앞서 오전 브리핑에서 “올해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을 감안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한달여 먼저 시작했다”며 “다소 지체가 되더라도 차질 없이 예방접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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