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료원 음압병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간호사들이 살펴보고 있다. 18일 현재 인천시의료원에는 코로나19 환자 110명이 입원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당장 중환자를 입원시킬 병상이 경기도에 하나도 없다.”
임승관(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요즘 병상 걱정에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이틀 전만 해도 5개였던 경기도 중증환자 입원 가능 병상이 18일에는 ‘0’개가 됐다. 경기도의료원 등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에는 의료자원이 부족해, 중증환자 병상은 전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기대야 한다. 그는 몇달째 민간병원을 직접 찾아다니며 중증환자를 받아줄 병상을 달라고 애원하는 중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59명 늘어, 수도권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42명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50명 이상 일일 신규 확진자 발생은 이달 들어서만 다섯번째다. 더구나 수도권을 넘어 대전으로까지 유행이 번지는 모양새다. 이날까지 대전 방문판매업체와 교회 등 집단감염 누적 확진자는 25명에 이른다.
5월 말부터 수도권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19 2차 유행을 막는 ‘1차 저지선’인 공공의료체계에도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수도권 공공병원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이에 지난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수도권 병상 등 의료자원을 긴급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 수도권에 사용 가능한 중환자 치료 병상은 48개(17일 기준)에 불과하다. 최근 고령 환자가 늘어나면서 위중하거나 중증인 환자도 27명까지 증가해, 중환자 치료 병상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반 병상도 넉넉하지는 않다. 수도권의 감염병 전담병원에 확보된 병상 1769개 가운데 비어 있는 병상은 959개다. 수도권에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명씩 열흘만 나와도, 남은 병상은 꽉 차버린다.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18일 현재 인천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110명이다. 얼마 전, 확진자가 발생해 ‘코호트 격리’된 요양원 어르신 25명까지 더해졌다. 김진용 인천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은 “우리 병원이 볼 수 있는 환자 최대치가 거의 다 찼다”며 “병상도 포화 상태지만 이미 의료진 모두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한달 전만 해도 10여명이었던 코로나19 환자는 부천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 등으로 인해 10배 이상 폭증했다.
인천시의료원은 일반 수술·입원 환자를 받지 않는 손실을 감수하며, 병상을 통째로 비웠다. 민간병원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팬데믹이라는 전쟁 상황에서 민간병원은 총알 한 발에 얼마인지 일일이 계산을 해야 하지만, 공공병원이라는 자원은 몽땅 쏟아부을 수 있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 원장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공공의료체계의 구실을 이렇게 빗대어 설명했다. 감염병 전담병원 대부분은 인천시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50~100명일 때 작동하는 ‘수도권 위기대응 단계별 공동대응방식’은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병상을 개별관리하기 때문에 인천에서 병상이 꽉 차더라도 서울이나 경기도로 환자를 보내기는 어렵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주도해 환자를 분류하고 병상을 배정하는 ‘위기대응 3단계’는 일일 신규 확진자 100명 이상이라야 비로소 가동된다. 그때는 이미 늦다. 코로나19 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이 25~30일가량이라 기존 병상이 비워지는 속도가 더딘 점을 고려하면, 3월 초 대구에서 2천명 넘게 집에서 ‘입원 대기’했던 최악의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 수도권 인구는 대구의 10배가 넘는다. 지금까지 버텨왔던 공공병상과 공공 의료인력만으로는 ‘2차 파도’를 넘기 힘들다.
“여기가 지금 제2의 대구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지난 4일 인천시의료원 음압병실 앞에서 만난 나혜경 수간호사는 지쳐 보였다. 음압병실 7개가 있는 이 병동에는 폐렴에 걸렸거나 산소 치료를 받는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 “중환자라서 검사할 것도 많고, 대소변이나 폐기물 처리까지 다 하려면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음압병동에 들어가 2시간은 넘게 걸려요.” 날이 무더워지면서 방호복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고, 고글에는 뿌옇게 습기가 찬다. 3교대로 일하는 간호사는 10명뿐이다.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는 경증 환자보다 서너배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공병원에는 이러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에크모 치료 등을 할 만한 의료장비나 인력이 갖춰져 있지 못한 탓이다. 인천에서도 고령이거나 중증인 환자들은 길병원, 인하대병원이 맡는다. 문제는 이런 상급종합병원들은 민간병원이라서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병원처럼 ‘마음대로’ 동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중수본이 진행한 ‘코로나19 수도권 대규모 확진자 발생시 병상 공동활용 모의훈련’에 인천시는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91개로 보고했다. 91개는 길병원과 인하대병원에 입원한 일반 중증환자를 모두 다른 병원으로 보내 병동을 비운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에나 나올 수 있는 숫자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병상 자원 관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모의훈련’이 열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공공병원만으로 감당이 안 되는 중환자 치료에 민간병원이 힘을 보탤 방법은 있다. 최근 안성병원에는 5억원을 들여 음압이동설비를 갖춘 중증환자 격리병상 15개를 마련 중이다. 전국 요양원의 30%가량이 모여 있는 경기도의 특성상, 고령층 집단감염에 미리 대비하는 차원이다. 임승관 원장은 “수도권에 중환자가 넘쳐날 때 공공병원 병상을 활용하고 민간병원 의료진이나 군의관 등을 파견받아 중증환자를 치료하자고 중수본에 제안했다”며 “종합병원 중환자실을 비우려면 5~7일은 걸리는데 그동안 대구처럼 병원에 못 가서 숨지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4월 코로나19 환자의 78%가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우리나라 공공병상 비중은 전체 병상의 10%(201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이다. 그나마도 국립대병원 병상을 빼면 5%대로 줄어든다. 그 5%의 힘으로 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을 안간힘 쓰며 막고 있는 셈이다.
이참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의료 공공성 강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윤 교수는 “2차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공공병상 확충을 포함한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진료로 인해 공공병원이 떠안아야 할 ‘착한 적자’ 문제 해결이나 감염내과처럼 ‘돈 안 되는’ 필수의료서비스에 대한 투자, 공공의대 설립과 공공병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이 세부과제로 꼽힌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공공의료 강화는 공공병상 규모뿐만 아니라 지방 의료불평등, 고령화 등과 연결돼 있는 중요한 문제인데, 정치적 동력을 얻지 못해 ‘구상’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했다. 18일 국립중앙의료원이 내놓은 성인 1천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의료서비스가 공적 자원’이라는 생각에 동의하는 비중이 코로나 이전(22.2%)보다 3배 이상(6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병원이 영리사업’이라는 응답은 47.4%에서 7.3%로 크게 줄었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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