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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1600여명이 입원 못했던, 대구의 교훈 돌아봐야

등록 2020-06-19 05:00수정 2020-06-19 11:19

[코로나 2차 유행 ‘경고음’, 최전선 공공의료 긴급진단]
①공공병원이 1차 저지선

병상 준비가 환자 증가 못 따라가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 ‘의료 붕괴’

대구 공공병상 3천개가 넘었지만...
경증환자 입원해있어 병상 모자라
지난 2월28일 대구시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마당에 컨테이너 임시병원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28일 대구시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마당에 컨테이너 임시병원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병원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진 코로나19 환자가 대구에서만 최소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2월23일부터 6월2일 사이에 숨진 코로나19 환자 184명의 세부 정보를 대구시한테 받아 살펴봤더니, 자가격리 중 집에서 죽음을 맞거나 응급실로 이송되다가 숨지는 등의 사례 15건은 2월27일~3월9일 사이에 집중 발생했다. 3월1일 대구의 누적 확진자 2569명 가운데 65%인 1661명이 입원을 못해 집에서 대기 중일 정도로, 당시 대구의 의료자원 부족 문제는 심각했다. 수도권 대유행을 대비하며, 2~3월 대구의 기억을 꼼꼼하게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대구에서 코로나19 유행 조짐이 보인 것은 2월18일 이른바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부터였다. 같은 달 21일 신규 확진자 156명이 발생한 이후, 29일 하루에만 신규 환자 741명이 쏟아져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입원 대응지침까지 바꿔가며 음압병상 대신에 일반병상으로 환자를 보냈지만, 병상 준비 속도가 환자 발생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의료 붕괴’는 결국 사망자 증가로 이어졌다. 18일 현재 사망자 280명 가운데 86%(241명)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했다.

‘의료특별시’를 표방하는 대구의 병상 수는 3만5천여개에 이른다. 대구의료원(355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200개) 등 공공병상이 아주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의료 자원이 제대로 배분되지 못했다. 장돈호 대구시 병상관리팀장은 “첫 환자가 발생한 뒤에 갑자기 대응할 시간도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몇백명 단위로 환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대구에 국가지정 격리병상인 음압병상은 경북대병원 5개, 대구의료원 5개 등 총 10개밖에 준비돼 있지 않았다. 공공병상이 3천개가 넘지만, 이 중 절반가량은 경북대병원 병상이다. 그런데 경북대병원은 33개, 칠곡경북대병원은 19개만 겨우 코로나 전담병상으로 내놓을 수 있었다. 다른 일반 입원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경수 영남대 교수(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자문교수)는 “병원이 다른 곳으로 이전해 가면서 비어 있던 계명대 동산병원의 병상 400여개가 없었다면 고비를 넘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경증 환자들이 먼저 입원해 있는 바람에 고위험군 환자 병상이 모자랐던 것도 문제였다. 동시에 최대 350명까지 확진자를 입원시켰던 대구시의료원의 한 간호사는 “초반에는 경증 환자를 주로 봤는데 생활치료센터가 좀 더 일찍 도입됐다면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공병원의 일상적인 인력 부족 탓에 겨우 1~2시간 인공호흡기 사용 교육을 받은 뒤에 중증 환자 진료에 투입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월1일이 되어서야 생활치료센터를 열어 경증 환자를 격리치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느 병원에 빈 병상이 있고 중환자를 어떤 지역의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하는지를 의사나 병원장들이 직접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알아봐야 했을 만큼, 의료 컨트롤타워도 없었다.

제2의 대구·경북을 막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대구에 파견됐던 김형갑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표는 “대구의 경험을 공유하고, 수도권과 지방 2~3군데에서 동시에 집단감염이 터지는 경우를 대비한 권역별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의료역량을 넘어서는 환자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병상, 인력 등을 미리 준비해두는 한편, 현재 공공병원 대부분이 코로나 진료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장기전이 된다면 민간병원과 역할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시나리오가 준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권지담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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