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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환자 ‘결박’탓에 구조 지연 논란

등록 2018-01-28 19:41수정 2018-01-29 09:20

요양병원·정신병원만 규정 적용
“일반병원도 사용제한 규정 둬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중환자실 환자 상당수는 한쪽 손이 침대에 묶인 ‘결박 상태’였던 탓에 구조가 지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일반병원의 환자 결박 처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밀양화재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의 말을 들어보면, 불이 난 지난 26일 세종병원 5층 중환자실 환자 21명 가운데 17~18명은 왼쪽 손목이 신체보호대(억제대)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보호대는 고령의 환자가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자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쓰인다. 박재현 밀양소방서 119구조대장은 “중환자실 환자 가운데 3~4명을 제외한 모두가 태권도복 끈 등 부드러운 로프로 병상(침대)에 왼손이 묶여 있었다. 연기로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손을 더듬어 끈을 푸느라 환자 1명당 30초~1분 정도 구조에 시간이 더 걸렸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환자 21명 가운데 9명이 이번 사고로 숨졌다.

현행 의료법은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서 이뤄지는 환자 결박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을 보면, 요양병원 환자를 결박하려면 의료진 판단과 환자 및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 그나마 환자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정신병원에서도 신체보호대를 쓰려면 전문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세종병원 등 일반병원에 적용되는 신체보호대 관련 법규는 없다. 2015년 이후 의료기관 인증평가 때 병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신체억제대 사용 규정’이 있는지를 보고 있을 뿐이다. 이 규정도 환자 및 보호자 동의 여부 등 요양병원에 적용되는 준수사항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법적 강제성은 없다. 결과적으로 환자 결박 여부가 각 병원 의료진의 재량에 달린 터여서, 결박으로 인한 환자 인권 침해나 응급상황 대응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제재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일반병원에도 신체보호대 사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신체보호대는 엄격하게, 최후에 써야 하는데도 일부 병원이 관리의 편리함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요양병원만이 아닌 일반병원으로 사용제한 규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고령 환자들에 대한 신체 구속이 관행화된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신체보호대 사용에 관한 세종병원 의료진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일반병원에서도 신체보호대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 개선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최상원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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