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집중관리병원에서 해제된 강동성심병원의 정상 진료 재개 첫날인 7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이 병원 접수처에서 환자들이 접수·수납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메르스의 경고 ② 한국은 ‘무비유환’
감기 악화돼 중증폐렴 원인 사망
겁에 질린 동료 3명 곧바로 입국
사쪽 귀국 미통보…정부 뒤늦게 확인 당시 의원들 메르스 대응 주문
정부는 ‘최종 음성’ 판정에 무신경
건강신고서 되레 ‘의무→자진’ 변경
“중동 의료관광객 위해 방역 후진” 공포에 질린 김씨의 동료 3명은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우디 영사관도, 삼성엔지니어링과 동일산업도 보건복지부에 ‘밀접 접촉자’ 귀국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이들 3명은 아무런 조처없이 한국땅을 밟았다. 제발로 병원을 찾아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밝혔지만, 병원에서도 ‘메르스 대응법’을 몰라 집으로 돌려보냈다. 질병관리본부는 플랜트노조와 국회 국토위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시작한 12일이 돼서야 김씨의 사망 및 동료 노동자들의 귀국 사실을 파악했다. 한국 정부가 메르스 확산 우려로 긴박한 사흘을 보낸 뒤, 세계보건기구(WHO)는 김씨가 메르스 검사에서 최종 음성 판정이 나온 사실을 통보해왔다. 정부는 그 즉시 김씨 동료들에 대한 격리조처를 해제했다. 정부의 긴장은 딱 거기까지였다. 언제 닥칠지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데는 무신경했다. 당시 국토위 위원들은 메르스를 조기에 차단하는 데 필요한 주문을 쏟아냈으나,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국토위 위원들은 국외 발생 감염병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외 체류 노동자의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외교부와 복지부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위험을 초기에 차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국외 체류 노동자의 감염병에 대비해 매뉴얼을 마련하고, 호흡기 감염병 발생지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꼼꼼한 검역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도 2014년 5월 메르스 확산을 우려하며 회원국에 검역 강화를 권고했다. 국내외의 우려에도 한국 정부는 중동 입국자에 대한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의무신고제를 자진신고제로 바꾸는 등 검역을 되레 완화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8일 “치사율이 높은 에볼라의 국내 유입 차단에 검역 역량을 집중하려는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최규진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은 “2013년 방한한 의료관광객 중 무슬림들이 돈을 가장 많이 쓴다며 정부가 중동 부자들을 끌어들이려고 안간힘을 썼고 그 과정에서 방역정책마저 거꾸로 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14년 5월29일 사우디 정부 및 아랍에미리트연합(UAE)군과 ‘한국-사우디 보건의료협력 시행협약’을 맺었다. 건강상태질문서 제출을 자진신고제로 바꾼 건 그로부터 2주 뒤인 6월11일이었다.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중동에서 검역없이 입국해 병원 4곳을 전전하다 국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된 걸 생각하면 뼈아픈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5월20일 첫번째 환자 확진 이후엔 중동에서 오는 직항기 탑승자 전원한테서 건강상태질문서를 받고 있다”면서도 “인천공항 입국자가 하루 10만명이라 중동을 경유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까지 100%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연재메르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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