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에 따져묻다 5. 의료복지
병원간 경쟁 따른 불필요한 의료 줄일수 있어
환자 가장 잘 아는 의사가 ‘평생 관리’ 가능 “주치의 시범특구를 도입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07년 자료를 보면, 2005년도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컴퓨터단층촬영 장치는 32.2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5.4대의 두배를 넘는다. 1차 의료기관과 종합병원, 전문의와 일차의가 무분별하게 경쟁하면서 나타난 과잉진료의 단적인 사례다. 불필요한 투약이나 수술로 인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의사들에게는 예방이나 건강증진 프로그램보다는 당장의 치료행위가 돈이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도 일부 의사들은 환자 위에 군림하기 일쑤다. ‘복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시민 패널들은 주치의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모두 공감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과잉진료로 인한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특정 지역부터 주치의 제도를 시범 실시 해보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우선 주치의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오건호 위원은 “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과 마찬가지로 ‘나를 관리해주는 주치의가 있다면’이라는 열망을 다수의 서민들이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던지면 성공한다”고 강하게 옹호했다. 시민패널인 이미연씨는 “믿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찬성했고, 김경애씨도 “외국처럼 주치의가 있으면 한 사람의 전 생애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공감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나가자, 현실적 난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주치의 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에게 전문가들과 시민패널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태수 교수는 “가정의학 의사들이 주치의로 활성화되는 순간,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이익구조가 심각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절대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이 교수는 “주치의 교육을 받은 의사는 누구에게나 자격을 주면 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반대 세력의 힘이 과거에는 강고했지만 지금은 좀 작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의뿐만 아니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일부 내과나 소아과 의사도 찬성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의사 본연의 역할인 예방을 해주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젊은 의사들 사이에 이런 경향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차 진료기관보다는 종합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이나, 주치의를 지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이 교수는 2005년 주치의를 도입한 이후 성공적으로 안착한 프랑스 사례를 들며,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고도 주치의 제도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진료비를 싸게 해주는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건호 위원은 “시장주의자들이 특구 전략을 쓰듯이 우리도 단계적으로 주치의 특구를 도입해 보자”고 제안한 뒤 “시범사업을 해보면 ‘청계천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이 교수도 “주치의 제도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대략 연간 5천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시범 사업을 해보면 주치의 제도 도입에 필요한 정밀한 돈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환자 가장 잘 아는 의사가 ‘평생 관리’ 가능 “주치의 시범특구를 도입하자.”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07년 자료를 보면, 2005년도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컴퓨터단층촬영 장치는 32.2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5.4대의 두배를 넘는다. 1차 의료기관과 종합병원, 전문의와 일차의가 무분별하게 경쟁하면서 나타난 과잉진료의 단적인 사례다. 불필요한 투약이나 수술로 인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의사들에게는 예방이나 건강증진 프로그램보다는 당장의 치료행위가 돈이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도 일부 의사들은 환자 위에 군림하기 일쑤다. ‘복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시민 패널들은 주치의 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모두 공감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과잉진료로 인한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특정 지역부터 주치의 제도를 시범 실시 해보자는 쪽으로 모아졌다. 우선 주치의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해 오건호 위원은 “집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과 마찬가지로 ‘나를 관리해주는 주치의가 있다면’이라는 열망을 다수의 서민들이 갖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던지면 성공한다”고 강하게 옹호했다. 시민패널인 이미연씨는 “믿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찬성했고, 김경애씨도 “외국처럼 주치의가 있으면 한 사람의 전 생애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공감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짚어나가자, 현실적 난관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주치의 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에게 전문가들과 시민패널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태수 교수는 “가정의학 의사들이 주치의로 활성화되는 순간, 동네 병의원 의사들은 이익구조가 심각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절대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이 교수는 “주치의 교육을 받은 의사는 누구에게나 자격을 주면 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반대 세력의 힘이 과거에는 강고했지만 지금은 좀 작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정의뿐만 아니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일부 내과나 소아과 의사도 찬성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의사 본연의 역할인 예방을 해주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특히 젊은 의사들 사이에 이런 경향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차 진료기관보다는 종합병원에 가고 싶은 사람이나, 주치의를 지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이 교수는 2005년 주치의를 도입한 이후 성공적으로 안착한 프랑스 사례를 들며,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고도 주치의 제도에 가입한 사람들에게 진료비를 싸게 해주는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건호 위원은 “시장주의자들이 특구 전략을 쓰듯이 우리도 단계적으로 주치의 특구를 도입해 보자”고 제안한 뒤 “시범사업을 해보면 ‘청계천과 같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이 교수도 “주치의 제도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대략 연간 5천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시범 사업을 해보면 주치의 제도 도입에 필요한 정밀한 돈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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