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에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3570명으로 19년 만에 512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다음달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에 의사 증원 안건을 올려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 설명을 17일 종합하면, 정부는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인 전국 40개 의대 신입생 정원을 2025학년도에 512명 늘린 3570명으로 하는 방안을 이달 초 확정했다. 다만 늘어난 정원을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확대된 정원을 몇년간 유지할지, 신규 의대 신설 여부 등은 의료계와 여론을 모니터링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 등은 의료계와 상시 협의체를 가동해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2024학년도 입학 정원은 조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의대를 새로 설립하기보다는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릴 방침이다. 대학 연구·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기초의학을 강화하기 위해선 의대 규모가 지금보다 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정부는 의대가 없는 의료 취약지에 한정해 의대 신설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복지부는 주로 국립대 의대와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의대 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우선, 전국 국립대 의대 10곳(서울 1곳, 비수도권 9곳)의 정원을 학교별로 15명씩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국립대 의대 정원은 평균 96명이다. 일본 의대 평균(115명)과 비슷한 111명으로 늘리는 게 정부 구상이다. 입학 정원 50명 미만인 군소 의대 여러 곳의 정원 확대도 동시에 추진한다. 2022학년도 기준 전국 의대 40곳 가운데 17곳(43%)의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이다.
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어 의사 증원을 비롯해 국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성 질환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의사 수요가 커지고 있어, 사회 전반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의사 수를 늘릴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본다”며 “의료계와 논의해 의사 증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의협은 의사 증원보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앞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 동안 한국의 의료대응이 (선진국인) 일본 등에 견줘 우수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 등에서 일할 유인책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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