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지난 2020년 8월26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규탄하는 대형 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가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18년째 연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다시 추진한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400명씩 늘려 10년간 유지해 의사 4천명을 추가 양성하려 했으나, 대한의사협회(의협) 파업 등 거센 반발에 부닥치면서 추진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9일 보건복지부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도 업무추진 계획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 등은 의료계와 상시 협의체를 가동해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복지부가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의뢰해 추산한 결과를 보면, 2010~2018년 평균 진료량을 유지했을 때 2035년 국내 의사 수는 적게는 9654명, 많게는 1만4631명까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사전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충을 하는 목적은 꼭 필요로 하는 분야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보상체계를 강화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한다 하더라도 (의사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력을 확충해 양성하는 것까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이 꺾이면 의협과 구성한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정부에서 코로나19 안정 이후 (의대 정원 확대를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한다는 합의를 존중하고자 한다”며 “언제 코로나가 안정되느냐는 명확하지 않아 이 부분도 협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셋째 주(18~24일)를 시작으로 2주 연속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는 등 유행 규모가 줄고 있어, 머지않아 증원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가 안정됐다’는 정부 선언이 나오면 논의에는 참여하겠지만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 해도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필수의료 과목 정원을 늘린다고 많이 지원할 거란 보장이 없다”며 “논의가 시작되면 이런(의대 정원 증원) 접근은 문제가 있고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함과 동시에, 특정 진료과목과 수도권으로 의사가 쏠리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6 대 4인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치 비중을 손봐 비수도권이나 지역 거점병원 전공의 수를 늘리고, 진료과목별 정원도 조정할 방침이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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