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011년 수술 후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제대로 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환자가 숨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환자는 수술 2개월 뒤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내원했는데, 정 후보자가 약처방과 검사예약만 한 뒤 돌려보냈다. 이후 환자가 4일 만에 의식을 잃고 응급이송됐고, 2주 만에 사망했다. 사망한 환자의 유족은 경북대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정 후보자의 과실을 인정했다.
2일 <한겨레>가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교수로 근무하던 2011년 조기위암(위암초기) 환자 ㄱ씨의 주치의를 맡았다. ㄱ씨는 그해 1월25일에 정 후보자에게 조기위암 수술을 받았고, 다음달인 2월16일 퇴원했다. 이후 정 후보자와 병원 쪽은 ㄱ씨가 2월 말 한차례 내원했을 때도 환자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해 두달 뒤로 다시 진료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ㄱ씨는 그 사이 고통을 호소했다. 복통 등 증상이 심해져 1·2차 의료기관에서 관련 약을 처방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해 4월11일에 경북대병원에 온 ㄱ씨는 정 후보자의 진료를 받았으나, 정 후보자는 위장관조절제 등을 처방한 뒤 시티(CT)·위내시경 검사 일정을 1주일 뒤인 4월18일로 잡고 ㄱ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귀가한 ㄱ씨는 4일 만에 호흡곤란 등 의식을 잃고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후송됐다. 이후 응급수술을 두 차례 거쳤으나 10일 만인 4월25일 다발성 장기부전(몸속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심하게 둔해지는 상태)과 패혈증(미생물 감염에 대한 전신적인 반응으로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으로 사망했다.
응급수술 당시 ㄱ씨는 3개월 전보다 체중이 10kg 감소했고, 소장의 조직이 괴사하는 등 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태였다. ㄱ씨 신체에 장유착(장의 조직이 붙어 버리는 현상, 수술 후 발생하는 경우 많음), 장폐색(장이 막히는 증상), 장천공(장 벽에 구멍이 뚤리는 증상)이 관찰됐고, 이 요인이 사망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ㄱ씨의 유족은 “4월11일 경북대병원에 내원해 복통 등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단순복부 방사선 촬영을 통해서라도 장폐색 등을 진단하지 않는 등 ㄱ씨가 적절한 조처를 받지 못했다. 정 교수(후보자)가 ㄱ에 대해 충분한 검진을 하지 않아 사망했다”며 경북대병원이 치료비 등 6568만원을 배상하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은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과 정 후보자의 과실을 인정했다. 우선 법원은 진료기록과 타 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료기록 감정 등을 종합해볼 때 정 후보자의 1월 첫 수술 이후 환자에 부분적인 장폐색이 발생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ㄱ씨가 호소한 복통 등으로 봤을 때, 정 후보자가 ㄱ씨에 대한 충분한 검진과 혈액검사, 단순방사선촬영검사라도 했다면 복통의 원인으로 보이는 장유착과 부분적 장폐색을 진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정 후보자가 주의를 기울였다면 ㄱ씨가 조기에 처치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또한 정 후보자가 4월11일 ㄱ씨를 진료한 진료기록지에 환자의 복통 등 증상이 기재되지 않은 점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판결에서 “검진과 검사를 아니한 채 시티검사 일자만을 잡고 ㄱ씨를 귀가하게 한 경북대병원 의사(정 후보자)의 조치와 ㄱ씨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법원은 병원 쪽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고, 장례비 등을 포함해 4491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ㄱ씨가 2011년 4월11일 걸어서 병원에 왔고, 문진표에 정 후보자 입장에서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 ㄱ씨가 고령이었고 진단이 어려웠던 점, 응급상황이 발생한 이후 경북대병원 쪽이 ㄱ씨 치료를 위해 노력한 점 등도 참작했다. ㄱ씨 유족 쪽과 병원 모두 항소를 하지않아 1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됐다.
의료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한겨레>에 “조기위암 수술은 살 수 있는 수술인데, 수술 후 얼마지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서 “수술 후 환자 상태가 나빠졌는데도, 담당 의사가 후속조치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판결문 내용을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과전문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된 환자이기 때문에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급속히 진행될 가능성을 생각해서 응급조치를 하고 엑스레이 정도는 찍었어야 한다”며 “수술하고 온 환자를 주의깊게 보고 상황에 맞게 빨리 검사와 조치를 취했으면 사망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 쪽은 <한겨레>에 “법원의 판결을 떠나 고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당시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등 사정이 있었지만, 법원이 인정한 일부 손해배상 역시 존중한다. 장관 후보자로서 의사도 환자도 모두 안전하게 진료하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