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과 아들이 ‘아빠 찬스’로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017년 국립대학 의대 편입 전형 중 ‘구술면접’을 본 학교는 경북대가 유일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구술면접이 전형에 포함되면서, 경북대는 당시 의대 편입 전형이 있던 9개 국립대학 중에서 주관적 평가 요소가 많이 개입되는 ‘정성평가’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겨레>가 26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2017년 실시된 9개 국립대 의대 편입 전형을 모두 분석한 결과, 당시 구술면접이 이뤄진 곳은 경북대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술면접’이 추가되면서, 경북대는 대학의 자체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정성평가 비중이 전체 62.5%로, 9개 국립대학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당시 교육부는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 정성평가 부분을 전체 배점의 40%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는데, 9개 국립대 가운데 이를 어긴 것은 경북대가 유일하다.
정 후보자의 딸은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 당시 구술면접 만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경북대 학사편입 전형은 학사과정 성적 200점, 공인 영어성적 100점, 서류평가 성적 200점, 면접고사 성적 100점, 구술면접 성적 200점 등을 합쳐 총 800점 만점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었는데, 이 가운데 서류·면접·구술평가 등 정성평가 비중이 500점(62.5%)을 차지했다. 경북대에 이어 정성평가 비중이 높았던 서울대(100점 만점 중 서류·면접고사 각각 20점)와 충북대(100점 만점 중 서류·면접고사 각각 20점)의 경우에도 40%에 불과했다.
또 당시 9개 국립대 가운데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성적을 보지 않은 학교는 경북대를 포함해 서울대, 부산대 등 3곳뿐이었다. 대다수 학교가 의학교육입문검사 성적을 보기 때문에 의대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이 시험을 함께 준비하는데, 정 후보자는 자녀들이 해당 시험에 응시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것이 드러날 경우, 경북대만 찍어놓고 편입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정 후보자의 딸은 당시 편입시험 때 특정 고사실에서 구술면접 만점을 받아 더욱 논란이 됐다. 당시 만점을 준 교수 가운데 2명이 정 후보자와 최근까지 35편의 논문을 공저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ㄱ교수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1편의 논문을 정 후보자와 공저해 대한외과학회지 등에 실었고, ㄴ교수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총 24편의 논문을 정 후보자와 함께 썼다. 정춘숙 의원은 “구술평가는 주관적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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