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음식점에서 한 미접종 시민이 QR 체크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부터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유효기간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이 방역패스를 “기본권 침해”로 규정하며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가운데,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의 건강 보호 효과가 명확하다”며 맞섰다.
정부는 이날부터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을 적용해, 방역패스가 만료된 사람들의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했다. 방역패스 유효기간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얀센 접종자는 1차접종)을 마친 뒤 14일이 지난날부터 180일(6개월)이다.
유효기간이 만료된 사람은 3차 접종을 받으면 즉시 방역패스 효력이 갱신된다.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만료된 예방접종 인증 전자증명서(쿠브·COOV)를 큐아르(QR)코드 인식기에 대면 ‘딩동’ 소리가 나오고, 시설 입장시 48시간 이내 유전자분석(PCR) 검사 음성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유효기간이 남은 증명서를 대면 ‘접종 완료자입니다’라는 음성이 지원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적용된다.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나, 꼭 필요한 조치”라며 “국민의 협조가 없이는 어떠한 방역 조치도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만 18살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백신 2차 접종률이 90%를 넘어섰고, 미접종자들의 반발이 큰데 정부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방역패스에 반발하고 나섰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포함한 일부 의료계 인사와 종교인,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된 1023명은 지난해 12월31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조 교수 등은 “정부가 미접종자에 대해 식당, 카페, 학원 등 사회생활 시설 전반 이용에 제약을 가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사실상 강요해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했다. 아울러 현재 실시하고 있는 방역패스 조처를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백신 보호 효과 명백…침해 아닌 보호”
방역 당국은 백신접종으로 코로나19 감염·중증화·사망을 예방하는 효과는 의·과학적으로 명백하다며 이러한 주장에 반박했다. 이날 방대본이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효과’ 조사 결과를 보면 백신 3차 접종을 받은 뒤에 돌파감염이 된 사람이 확진 뒤 28일 이내에 위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죽음에 이를 확률(중증화율)은 0.28%로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미접종·1차접종) 감염자의 중증화율(4.37%)에 견줘 93.6% 낮았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4월3일부터 12월25일까지 확진자 50만58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현재 18살 이상 성인 가운데 미접종자는 7%에 불과하지만, 전체 확진자의 30%, 위중증·사망자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며 “인구 10만명당 비교 자료에서도 (백신) 미접종자가 접종완료자에 비해 중증화율은 5배, 사망률은 4배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7%에 불과한 미접종자가 중증·사망자의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이 백신접종 효과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3차 접종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방역패스 유효기간 시행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일 0시 기준 만 60살 이상 인구 가운데 77.3%가 3차 접종을 완료했지만, 만 18살 이상 인구의 3차 접종률은 아직 41.9%에 그친다.
방역당국은 방역패스 시행으로 ‘백신 미접종자’와 환자를 치료하는 ‘보건의료 체계’를 함께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반장은 “방역패스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위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이 큰 미접종·고령층의 감염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로, 미접종자의 감염을 줄이면 현재보다 2∼3배 많은 확진자 규모도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다”며 “(사회적)거리두기나 방역패스 없이 확진자 규모를 통제하고 의료체계를 안정화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3일 오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18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면서 일시적으로 확진자 규모가 주춤하고 있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의 영향으로 방역 상황이 다시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 반장은 ‘오미크론 변이가 중증화율이 낮아 델타 변이에 견줘 덜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코로나19 피해는 중증화율뿐만 아니라 감염 규모도 함께 평가해야 하는데, 중증화율이 30∼50%, 전파속도가 2∼3배까지 빠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지금까지 나타난 부분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선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더 위험하고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대본이 이날 발표한 ‘주간 위험도 평가’ 자료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지난해 12월 4주차(3.7%)에 견줘 12월 5주차(8.8%)에 두배 이상 높아졌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 분과위원회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 대응을 위해 격리 및 환자 관리 효율화를 위한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상 회복 전략의 재구성이 필요하며, 3차 접종과 백신 미접종자 보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도 3일 <한겨레>에 “팍스로비드와 같은 먹는 치료제를 쓰면서 (중증화율을) 낮출 수 있겠지만, 확진자가 워낙 크게 늘면 중증화율이 낮아도 전체 중환자 수가 비슷해질 수도 있다”며 “2월 말부터 예상되는 확진자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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