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의료·건강

‘황교수가 진짜로 믿었다면’…꼭 풀려야 할 의혹들

등록 2006-02-09 07:29

NT-3번이 진짜라면 왜 테라토마 데이터 조작했나
PD수첩에 건네준 NT-2번 왜 제3의 엉뚱한 세포였나
줄기세포 PD수첩 검증 불응하다 왜 갑자기 응했나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황 교수 등 `핵심인물' 소환 조사를 앞두고 반드시 풀려야 할 논문조작 규명의 열쇠들을 정리한다.

◇데이터 조작 흐름 규명해야

서울대 조사위원회 조사결과 황 교수팀은 2005년 논문과 관련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조작했다.

우선 세포주 사진의 경우 이미 알려진 대로 황 교수의 지시로 김선종 연구원이 NT-2,3번 2개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11개로 부풀렸다. 황 교수는 이렇게 조작된 사진파일을 강성근 교수에게 주고 강 교수는 다시 섀튼 교수에게 e-메일로 전송했다. 과학자로서는 해서는 안될 `일'을 벌인 것이다.

DNA지문분석도 조작했다.

NT-2,3번의 경우 권대기 연구원이 세포 침전물 상태로 김선종 연구원에게 전달하고, 김 연구원은 DNA를 추출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에 넘겼다.

하지만 NT-2,3번의 DNA지문이 어떤 경로로 조작됐는지, 누가 주도적으로 가담했는지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이 철저히 밝혀야 할 핵심대목 중 하나다.

나머지 4-11번 세포주는 권대기 연구원이 "황 교수의 지시로 체세포 만을 둘로 나눠 시료를 김선종 연구원에게 넘겼다"고 서울대 조사위에 진술했으며, 김 연구원은 이를 다시 국과수에 분석 의뢰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적어도 황 교수가 세포주 사진을 부풀려 찍으라고 지시한 점으로 미뤄볼 때 DNA지문 조작에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논문에 나와 있는 배아체 형성 실험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의 배아체를 전혀 만들지도 않았으며, 황 교수의 지시로 김선종 연구원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 배아체 사진을 가져와 사용했다.

면역 적합성 실험결과도 조작됐다. 권대기 연구원이 4-11번까지의 시료를 체세포만 두 쌍으로 만들어 논문제출일 이후인 2005년 3월22일 김선종 연구원에게 전달했고, 김 연구원이 세포 침전물 상태로 서울대 안규리 교수에게 보냈다.

당연히 논문 제출 시점에 면역적합성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단 하나의 데이터도 없이 완전히 조작된 것이다.

핵형분석도 2번 줄기세포만 실시하고 나머지는 전혀 하지 않았다.

◇논문 제출 시점에 수립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NT-2,3번의 정체는

서울대 조사결과 2005년 논문의 모든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NT-2,3번도 가짜인 것은 확인됐다.

하지만 황 교수팀은 적어도 NT-2,3번은 수립된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 NT-2,3번은 2005년 1월9일 곰팡이 오염사고로 죽자, 미즈메디병원에 분양돼 있던 것을 회수해온 것이었다.

황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에서 황 교수팀으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진짜가 가짜로 바꿔치기 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연구실이라면 외부에 나가있던 것을 돌려받으면서 진짜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라마토 사진이 조작됐다는 점은 바꿔치기 주장의 허점을 보여준다. 진짜라고 믿었다면 조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황 교수팀은 2005년 논문에 줄기세포 2,3,4번을 면역결핍 쥐에 주입하는 테마토마 형성 실험을 실시했다며 관련 사진을 실었다. 하지만 4번 세포주는 아예 테라마토 실험을 하지 않았다. 조작한 것이다.

특히 NT-3번의 경우 황 교수와 권대기 연구원 등 여러 명의 연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현수 한양대 교수가 2005년 1월10일 면역결핍 쥐에 주사해 4월6일 테라토마를 얻었다. 논문제출 시점(3월15일)을 감안할 때 NT-3번의 테라토마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논문을 투고한 것이다. 역시 조작한 것이다.

황 교수팀이 NT-3번이 정말 진짜라고 믿었다면 왜 무리수를 둬 가면서 테라토마 데이터를 조작한 것인지 대답이 나와야 한다.

상식적으로 NT-3번이 진짜라고 생각했다면 테라토마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논문을 제출하는 이상한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다.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NT-2번도 의혹 투성이

줄기세포 진위 논란과 관련, PD수첩은 황 교수에게 검증 시료를 요구했다. 황 교수는 처음에는 내준다고 했다가 줄기세포 번호를 특정해주지 않아 1차 협상은 결렬됐다.

황 교수가 재차 검증요구에 응하지 않자 PD수첩은 그러면 황 교수팀이 미국 뉴욕의 슬로안 캐터링 암센터 등 3곳의 외부기관에 분양한 NT-2, 3번을 검증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PD수첩측에 따르면 황 교수는 그때서야 검증요구를 받아들였다. 당시 프랑스 학술행사에 참석하고 있던 황 교수는 48시간 안에 검증시료를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만약 황 교수가 NT-2번이 진짜라고 믿었다면 계속 검증 시료를 내주지 않고 버텨도 되는데, 황 교수는 PD수첩이 "뉴욕의 NT-2번을 검증하겠다"고 하니 태도가 바뀌어 PD수첩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황 교수가 적어도 NT-2번 하나 만큼은 진짜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었다면 그런 태도를 보일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황 교수가 PD수첩에 건네준 줄기세포 시료 중에서 의미있는 분석 데이터가 나온 2번 줄기세포의 경우 DNA지문결과,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가 아닌 제3의 엉뚱한 세포로 나왔다.

황 교수가 NT-2번이 가짜인 줄 몰랐다면 PD수첩 검사결과에서 당연히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나와야 되는 게 이치이다. 황 교수가 검증을 피하기 위해 PD수첩에 이상한 시료를 주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논문 조작 주범은 누구고 가담자는 누구인가

서울대 조사위에서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긴 했지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은 검찰의 몫으로 넘겼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도 여기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서울대 조사결과, 2005년 논문의 경우 황 교수팀이 세포사진, DNA지문, 테라토마 분석, 면역 적합성 실험, 배아체 형성 실험 등 데이터 조작을 통해 논문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기록을 토대로 볼 때 2005년 논문 제출 시점인 2005년 3월15일을 기준으로 황 교수팀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줄기세포는 NT-2,3번 2개 뿐이다. 물론 이것도 서울대 조사에서 2개 모두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로 확인됐다.

하지만 강성근 교수는 2005년 3월6일 이미 논문 속의 11개 세포주가 확립됐다며 미국 피츠버그의 섀튼 교수에게 논문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e-메일로 보냈다.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지도 않고 논문부터 먼저 작성한 셈이다.

`인위적 실수'이든 아니든 섀튼 교수에게 자료를 보내기 전에 이미 조작에 들어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강 교수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한기 기자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검찰, ‘윤 체포 저지’ 김성훈·이광우 구속영장 또 반려 1.

[속보] 검찰, ‘윤 체포 저지’ 김성훈·이광우 구속영장 또 반려

전광훈 광화문파 vs 손현보 여의도파…음모론 부메랑 맞은 극우 2.

전광훈 광화문파 vs 손현보 여의도파…음모론 부메랑 맞은 극우

‘부정선거 의혹 동조’ 전한길,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3.

‘부정선거 의혹 동조’ 전한길,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단독] 김건희 ‘논문 표절 조사결과’ 수령…2월 12일까지 이의신청 4.

[단독] 김건희 ‘논문 표절 조사결과’ 수령…2월 12일까지 이의신청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장은 누구…이재용 불법승계 혐의에 ‘무죄’ 5.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장은 누구…이재용 불법승계 혐의에 ‘무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