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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한번 헐떡이고 두번 웃는 ‘말아톤 우정’

등록 2007-10-24 10:56수정 2007-10-25 15:15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된 자혜학교 마라톤부 선수들이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탑동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한울·김효일·최영준 선수와 지도교사인 김홍주 교사. 수원/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된 자혜학교 마라톤부 선수들이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탑동 학교 운동장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한울·김효일·최영준 선수와 지도교사인 김홍주 교사. 수원/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현장] 자혜학교 효일·영준·한울이의 ‘장애극복 특훈기’

“효일이 잡아라!”

김홍주(36) 교사가 소리를 내지르며 효일(18)이를 뒤쫓기 시작했다. 뒤처지던 효일이는 덩달아 “효일이 잡아라!”라고 외치며 힘껏 뛰기 시작한다. 마라톤 입문 여섯달째지만 효일이는 한 시간 동안 달리는 게 여전히 힘겹다. 그래도 숨이 차오르면 바로 멈춰 서거나 짜증내던 버릇은 사라졌다.

이번에는 김 교사가 “영준이 잡아라!”라고 외치며 훈련장을 가로질러 영준(17)이의 뒤를 쫓는다. 영준이도 앞서가는 한울(18)이를 잡기 위해 속도를 높인다. 그제서야 박한울·김효일·최영준 등 자혜학교 마라톤부 선수 3명이 모두 나란히 달린다. 지난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자혜학교 인근의 산악 훈련장. 마라톤부 선수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잡아라’식 훈련으로 ‘함께 완주하는 방법’을 50분 동안 연습했다.

자혜학교 효일·영준·한울이의 ‘마라톤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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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마라톤을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혜학교 마라톤부 선수들한테는 ‘웃으며 함께 즐기는 놀이’다. 지적·정서 장애인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인 자혜학교에 마라톤부가 생긴 건 지난해 4월이다. 특수체육을 전공한 김 교사가 수업시간에 눈여겨본 학생 3명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김 교사는 “마라톤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따로 훈련을 하느라 학교 통학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최우선 선발기준은 ‘혼자 집에 찾아갈 수 있느냐’였다”고 말했다.

창단 보름 만에 경기마라톤 5㎞코스 참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 차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성적은 어땠을까? 김 교사는 “영화 <말아톤>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웃었다. “중요한 건 대회에 자주 참가하면서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적응해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고, 모든 대회에서 전원이 완주한 게 가장 큰 성과”라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뛰는 것 조차 겁내던 아이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 잡아라” 훈련법 효험
‘실종 소동’ 겪으며 1년 땀방울…“10㎞쯤은 거뜬”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된 자혜학교 마라톤부 선수들이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탑동 학교 운동장에서 몸풀기 달리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한울·김효일·최영준 선수와 지도교사인 김홍주 교사. 수원/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지적 장애인으로 구성된 자혜학교 마라톤부 선수들이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탑동 학교 운동장에서 몸풀기 달리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한울·김효일·최영준 선수와 지도교사인 김홍주 교사. 수원/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장인 한울이는 42.195㎞를 완주할 실력을 갖췄지만, 자혜학교 마라톤부에서는 한울이가 10㎞도 버거워하는 효일이와 함께 10㎞를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회 때도 늘 10㎞코스에만 출전한다. 김 교사는 “그런 면에서는 막내 영준이가 제일 기특하다”며 “첫 대회에서는 참가 자체를 무서워했지만 이젠 셋 중에서 대회를 가장 즐긴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영준이는 올해 처음 참가한 경기마라톤 대회 10㎞코스에서 김 교사가 잠깐 다른 선수를 돌보는 사이 결승점을 그대로 통과해 하프코스인 20㎞까지 뛰는 바람에 ‘실종 소동’을 빚기도 했다. 영준이는 숨을 헐떡이며 “선생님이 보이질 않아 계속 달렸다”며 오히려 선생님을 타박했다고 한다.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자기 코스를 고집해, 남을 ‘추월’하는 게 쉽지 않다. 또 자기 자신을 억제해 누군가와 함께 뛰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 김 교사는 뒤로 처지는 영준이에게 “힘들면 천천히 비켜 서서 길을 내줘야 한다”며 양보를 가르치고, 속도를 높이려는 한울이에게는 “열 바퀴까지는 영준이랑 페이스를 맞추자”며 친구의 완주를 돕게 했다. 이들이 나란히 뛰는 건 1년여 동안 흘린 땀의 결실이다. 김 교사는 “10㎞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린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톤요? 음 … 그냥 좋아요!”

무작정 마라톤이 좋다는 세 명의 선수들은 다음달 4일 열한번째 대회에 출전한다. 이들의 목표는 똑같다. 앞서 가는 사람 없이, 하프코스로 혼자 뛰는 사람 없이, 낙오하는 사람 없이, 함께 완주하는 것이다. 수원/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영상/ 영상미디어팀 조소영 은지희 피디 azuri@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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