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뒤 시각장애인 손아무개씨가 지난 4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는 등 시각장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 시각장애인 부부가 5일 서울 마포대교 밑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 참석해 비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들 부부는 “안마사 일 말고는 생계를 유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투신 자살 장애인 노제…7일 대규모 집회 계획도
정부 “대체입법 사실상 어렵다”…시위 장기화 우려
정부 “대체입법 사실상 어렵다”…시위 장기화 우려
7일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일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된 가운데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시위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4일 아침에는 한 시각장애인이 헌재 결정 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투신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생기기도 해, 이들의 시위가 자칫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계속되는 시위=시각장애인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지금까지 서울 마포대교에서 8일째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모두 8명의 시각장애 안마사들이 1 아래 한강물에 몸을 던졌다. 지난달 29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박아무개(42)씨가 온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했고, 30일에는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 시각장애인 40여명이 지하철 선로를 가로막았다. 5일 저녁에는 시각장애인 500여명이 마포대교 남단 여의도 둔치에 모여 4일 아침 6시 서울 금천구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손아무개(43)씨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손씨 역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져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7일 서울에서 전국의 시각장애인 수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을 요구하나?=시각장애인들의 요구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기존 법안을 대체할 수 있는 법안과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직업을 마련하는 등의 실질적인 생계대책이다. 손복목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3년 전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났을 때부터 보건복지부가 시각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고민할 시간을 충분했다”며 “현재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직업인 안마업을 보장하기 위한 대체입법과 실질적인 생계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예산안이 명시된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복지부는 사실상 당장 시각장애인들의 시위를 멈추게 할 만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헌재의 판정 취지를 어기면서 다른 법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대체입법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은 이날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시각장애인단체 등과 만나 관련 대책을 논의할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장애인들의 생계 및 복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대체입법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종규 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은 “장애인단체들과 합의한 실무협의회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격한 시위보다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인 논의부터 할 것을 장애인단체에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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