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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 청년은 왜 P4G 정부 차량에 뛰어들었나

등록 2021-05-31 04:59수정 2021-12-28 19:52

[기후뉴스 읽기]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 GYCC 청년들 세션 참여
다른 청소년·청년기후운동가들 ‘보이콧’ 후 반대 시위
GYCC 참가자들 활동 사진. 국가기후환경회의 제공
GYCC 참가자들 활동 사진. 국가기후환경회의 제공

“우리는 오늘 개회식을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의 목소리로 시작했습니다. 미래세대의 절박함에 더 귀를 기울이자는 뜻입니다. 우리의 현재가 미래를 만듭니다. (…) 정상회의가 미래세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인류의 포용적 녹색 회복과 탄소중립을 향한 중요한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P4G 회의 일반 세션 중 미래세대 세션 연사 중에는 한국 청소년 또는 청년이 없었다. 세션 주요 행사로 소개된 GYCC(Global Youth Climate Challenges·글로벌 청년 기후 환경 챌린지) 활동에 참여한 청년들 중 한국 청년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반면 2018년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금요일마다 결석 시위를 시작한 뒤 국내에서 함께 연대활동을 해 온 국내 청소년·청년 기후운동가의 상당수가 P4G 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행사장 밖에서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미래세대 세션 연사 중 한국 청소년·청년은 없었다

29일 저녁 8시에 열린 P4G 회의 특별세션 미래세대 ‘지구의 목소리, 지구를 위한 목소리’에 참여한 청년 패널은 모두 외국 청년들이다. 유엔사무총장 청년특사인 자야트마 위크라마나야케, 투굿투고 씨이오(CEO)인 메테 리케, 제16차 청년 기후변화 컨퍼런스 코디네이터 잔 굴러모, ‘바이바이플라스틱 백스 앤드 유스토피아’ 설립자인 멜라틴 위즌 4명이다. 연사 중에 한국 청년은 진행자인 유은아(33) GYCC 자문위원이자 글로벌 프로젝트 매니저 1명이었다. 유 매니저는 한영 국제회의 통역자로 2년 동안 61개국 157개 도시를 방문해 지속가능발전과 쓰레기문제를 경험했다고 정부는 소개했다.

한국 청년들의 참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패널 토론 전에 있었던 ‘GYCC 2021’ 활동 소개때 참여했다. GYCC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 청년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조직한 단체다. 이날 행사에서는 GYCC 참가 청소년들이 같이 작성한 기후환경 실천내용, 청년들이 제안한 프로젝트 수행 성과, GYCC의 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GYCC 2021 참가자 69명 중에는 한국 청년이 12명 포함돼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GYCC 참가자 수료식도 열렸다.

글로벌 청년 기후환경 챌린지 청년 참가모집 공고. 국가기후환경회의 블로그 갈무리
글로벌 청년 기후환경 챌린지 청년 참가모집 공고. 국가기후환경회의 블로그 갈무리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때 기후위기를 0순위로 꼽은 후보가 없다며 가상 후보인 ‘김공룡’을 ‘기후0번’으로 내거는 등 거리에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기후운동을 해왔던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한 활동가는 “영어로 하는 행사라 GYCC에 참여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GYCC는 정부가 만든 일종의 서포터즈”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활동가는 “들여다보니 세계 정상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행사를 준비하는 활동이 주를 이뤘다. 참여 청년들의 관심사는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기후대응을 요구하기보다는 ‘제로웨이스트’ 등 실천 부문 등 일반적인 환경 문제였다”라고 GYCC 활동을 평가했다.

청소년기후행동·청년기후긴급행동·멸종반란한국 등은 시위

P4G 행사를 앞두고 정부는 GYCC에 참여하지 않는 청소년과 청년 기후운동가들에게도 폭넓게 행사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청소년과 청년들이 거절했다고 한다. 거절한 이유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목표(국가결정기여·NDC)는 높이지도 않고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도 하지 않는 등 ‘행동하지 않는’ 정부가 주도하는 회의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27일 청소년기후행동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당근을 흔든다’는 밈을 활용해 썩은 당근을 행사장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 쏟으며 항의했고, 개회식인 30일 멸종반란한국·청년기후긴급행동·녹색당 등에 소속된 청년 활동가들이 P4G 반대시위를 했다. 몇몇 활동가들은 이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다 경찰이 이를 막았다.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청년활동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P4G 개회사가 끝난 시각, 이동하는 정부의 업무용 차량에 뛰어들어 찰과상을 입고 우선 치료를 받은 뒤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31일부터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시민사회단체 3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ㄱ씨의 법률 지원에 나섰다.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가 열리는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등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썩은 당근 217㎏을 쏟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가 열리는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등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썩은 당근 217㎏을 쏟는 시위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회원들이 30일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제공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회원들이 30일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멸종반란한국·멸종저항서울 제공

한 청소년 기후활동가는 “정부가 청소년들에게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지구를 걱정하는 아동의 목소리를 재현해줄 것을 요구했다. 평소에 기후 정책을 요구하는 청소년, 청년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청소년들의 이미지를 소비하려고만 하는 정부의 모습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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