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 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원전 수출 협력’을 약속한 것을 두고, 정부가 정권 초부터 내세운 탈원전 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등 한미 양국 정상은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내어 “원전산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협력을 약속한 내용은 해외 원전 시장 진출에 관한 것으로 국내 원전 사업과는 무관하는 게 정부 쪽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에 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 등에선 정부가 정권 초부터 내세운 탈원전 정책 기조와 엇박자를 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말하면서 한쪽에선 원전을 수출하는 정책을 펴고, 나아가 이런 부분에서 미국과 협력을 하는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가 “탈원전 선언 외에 실질적인 조치는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 선언이 더욱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정부는 이미 탈원전을 말하면서도 해외 원전 수출을 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 선언은 여기서 더 나아간 게 없다. 여전히 반복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탈원전을 한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나 법률은 미비하다”며 “4년 내내, 임기 말에 이르기까지 언제까지 이 상태를 끌고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협력 선언이 국내 원전 업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 소형모듈원전(SMR)에 관심이 쏠리면서 관련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선언으로 이 흐름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 초청간담회에서 “원전 시장에 대해 소형모듈원자로 분야 등 한·미 간 전략적 협력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에너지·기후정의특별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어 “송 대표의 (소형모듈원전) 발언 일주일 만에 이번 내용이 나왔다”며 “이번 공동 성명은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발전소를 국내에 건설하든 해외에 건설하든 위험성과 핵폐기물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위험의 수출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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