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 발전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선언이 국내 원전 산업에 실익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21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산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원전 공급망을 구성함으로써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또 이러한 협력의 일환으로 원전을 공급할 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가입 조건화’를 양국의 비확산 공동 정책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이 추가의정서는 국제원자력기구에 대한 정보제공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찰 통보시한을 단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번 선언은 한·미가 향후 원자력 산업의 해외 수출에 협력한다는 데에 대원칙을 세운 것으로, 한·미의 원전사업 진출 대상 지역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폴란드,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을 비롯한 중동과 유럽 등지가 진출 가능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언이 나온 배경을 두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화상으로 양국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인 중국 장쑤성 톈완 원전 및 랴오닝성 쉬다바오 원전의 착공식을 참관했다.
정부는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 기술적 친화성이 높은 미국과 손을 잡는 일이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원전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22일 낸 설명자료에서 “전통적인 원전 강국인 미국의 기업들과 아랍에미리트(UAE) 1호기의 상업 운전을 성공시킨 우리 기업들 간 최적의 해외 원전 공급망을 갖추게 될 경우, 수주 경쟁력 제고와 양국 원전 생태계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한국은 2018년 준공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1호기에 APR1400 원자로 노형을 수출한 바 있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이번 선언이 원칙적인 약속에 그쳐 원전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양국 공동으로 해외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미국의 서플라이 체인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술 입찰을 할 때 우리나라가 지명될 수 있도록 우선권을 가지는 정도이지 그 이상의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도 “이미 국제적으로 대형 원전을 수출할 시장이 많이 남아있지 않고, 출력 제한에 있어서 유연성이 낮은 기성 원전은 지금의 에너지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성명 내용 중) ‘원전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한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은 한미가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 원전 수주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미국의 선도 기술과 우리의 원전 건설, 운영 기술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소형모듈원전이 이번 한미 간 원전 협력 대상에 포함될지도 관심사였으나 이번 선언에서는 소형모듈원전에 대한 양국 정상의 언급은 따로 없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소형모듈원전도 협력 대상에선 배제하진 않겠지만 해당 기술이 연구 단계에 있는 만큼 주된 대상은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8월28일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 모델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민제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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