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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바이든 “대북접근 한국과 긴밀 조율할 것”… ‘대화의 문’ 열릴까

등록 2021-05-22 09:35수정 2021-05-22 19:26

문 대통령 “북한의 긍정적 호응 기대”
바이든 “북핵 문제에 환상 없어…
비핵화 약속 없으면 김정은 안 만나”
성 김 전 주한미대사, 대북특별대표에
바이든 “한국군 55만명에 백신 제공”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미사일 주권 회복
문 대통령 “대만 관련 미 압력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 긴밀하게 소통해나가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핵화 약속 없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재확인하면서도,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를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이날 지명하며 대화의 문도 열어놨다. 두 정상은 이밖에 한국군 전체에 코로나19 백신 공급 등 백신 협력과 배터리·반도체 공급망 협력, 한-미 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국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 문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한-미 양국은 소통하며 대화·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함께 이룰 가장 시급한 공동과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며 바이든 정부가 지난달 말 검토를 완료한 대북정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며 “미국과 긴밀한 협력 속에 남북관계 증진을 촉진해 북-미 대화의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얼개를 자신의 입으로는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는 “우리 팀은 북한 검토 과정 전반에 걸쳐 문 대통령 팀과 긴밀하게 상의했으며, 우리 둘은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 두 국가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로 가는 길에 긴장을 완화할 실용적 접근을 취하기 위해 기꺼이 북한에 외교적으로 관여할 뜻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 나는 문 대통령에게 미국은 우리의 전략과 접근법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조율해나가겠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주한미대사 출신인 성 김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지명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이런 노력들을 돕기 위해서 깊은 외교 전문성을 갖춘 직업 외교관 성 김 대사가 북한 특별대사로 일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는 바이든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으로 임명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등을 해왔다. 북한과의 협상을 담당할 대북특별대표를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함으로써 북한에 대화의 손짓을 보낸 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약속을 하고, 정상급 아래 단계에서 사전 조율되기 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능력 감축에 동의한다고 약속해야 만날 것’이라던 기존의 입장에 대한 질문에 “우리에 맞는 약속이 있어야 만날 것”이라며 “그 약속은 김 위원장의 핵 무기고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단지 긴장 완화를 위한 수단이라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한 아웃라인(개요)이 있고, 내 국무장관 등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해 협상하지 않은 상태라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전임 4개 미 행정부가 실패했다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미국은 55만명의 한국군 전체에게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인들에게 좋은 소식이 없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의 답변을 이어받아 “한국에 (주한)미군과 긴밀하게 접촉하는 55만명의 육해공군이 있다”며 “우리는 미군과 정기적으로 관여하는 모든 55만명의 한국 군인들에게 완전한 백신 접종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조처는 “그들(한국군) 뿐 아니라 미군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에 관한 포괄적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의 백신 기술과 한국의 생산 능력을 결합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2000만회분을 6월 말 이전에 외국에 보내겠다고 말해 한국도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직접 제공은 한국군 55만명분으로 합의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동맹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가로막아왔던 한-미 미사일 지침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료됐다.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협력이 종료됐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실질적 조처”라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지난 19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개발 포기 압력을 받은 박정희 정부가 “사거리 180㎞, 탄두중량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동의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한-미는 지난해 7월까지 4차례의 개정을 거치며 미사일 사거리를 800㎞ 이내로 하되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고,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 사용 제한도 풀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미사일지침 해제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800㎞ 이상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군사용 탄도미사일의 추가 개발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한국이 42년 만에 미사일 및 로켓 개발에 대한 ‘완전한 주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전쟁 참전 영웅인 94살의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육군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 문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매우 특별하다. 감사드린다”며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했다.

지역내 협력

두 정상은 대만해협에서의 중국의 행동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를 유지하고 대만해협에 걸친 평화와 안정을 보전하는 것과 같은 지역 안정에 핵심적인 문제들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있었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런 압박은 없었다”며 “다만 대만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했다.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양국이 협력하기로 했다”고 대답했다.

공급망·기술 협력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해 첨단 신흥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미는 민간 우주탐사, 그린에너지 등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원전시장의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 현대, 엘지, 에스케이를 언급하면서, 회견장에 참석한 이들 기업 주요 임원들을 향해 감사를 표하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오전에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4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증축에 총 17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10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했다. 엘지에너지 솔루션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들도 약 14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도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74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투자액수를 합치면 무려 394억달러(약 44조4200억원)에 이른다.

길윤형 이완 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공동취재단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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