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패션테러리스트가 된 기자는 가끔 생각합니다. 진정한 ‘패피’(패션 피플)는 누구인가.
에코 패셔니스타가 되어보고 싶지만, 사실 말처럼 패션 산업은 에코하지 않습니다. 옷을 만드는 데 에너지와 물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 땅의 옷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이산화탄소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이고, 이 수치는 수송 부문 배출량의 2배를 넘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경찰·군인부터 솔선수범하여 페트병으로 만든 옷도 입게 하고 있는 거죠.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는 지난달 한국 대표 의류 업체인 삼성물산과 이랜드패션 월드에 이런 문제 의식을 담아 질문을 했습니다. 의류 산업은 기후위기 문제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하지만 역시 착하게 요청하는 청년들의 질문에 기업들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후싸이렌에서 다시 소환했습니다.
기업들은 옷 만드는 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나요? 공개하고 대안을 찾아갈 생각은 없으신지요? 기후청년들은 불타오르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단지 탈플라스틱·쓰레기 줄이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생활 습관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패피’의 개념도 달라질 거라고 기대해봅니다. 뭐 사실 옷이 전부는 아니죠. 기후위기로 고통받을 모든 생명에게서 연민을 느끼며 분노하는 당신도 이미 멋진 사람 아니겠습니꽈.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출연: 빅웨이브 박소현, 청년기후긴급행동 오지혁, 한겨레신문 최우리
기술: 한겨레TV 박성영 촬영: 한겨레TV 장승호·배수연 편집: 청년기후긴급행동 조남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