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을 사지 않는 ‘노쇼핑’족 이해나씨(사진 상단)와 조성아씨(사진 하단). 사진 속 옷들은 친구와 바꾼 옷, 중고 옷, 아버지의 셔츠와 동생의 바지 등이다.
지난 1월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주변에 “안 입는 옷이 있는지, 옷을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의류산업 역시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다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세계적 대세가 되면서 옷 쓰레기도 엄청나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의류산업에서 해마다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옷을 만들 때 들어가는 물의 양은 연간 1조5000억리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생산되는 옷 중 상당수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빠르게 생산·판매된 뒤 몇번 입지 않고 버려지기 일쑤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와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최소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불필요한 옷 소비, 패스트 패션 문화를 지양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 옷을 사지 않는 노쇼핑족도 등장했다. 한 계절이 지나면 폐기물이 되는 옷을 보며 과도한 옷 소비를 멈추기로 마음먹은 이들이다.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와 유튜브 등에는 쇼핑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록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와 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강경미(39)씨도 노쇼핑족이다. 2016년께부터 새 옷을 사지 않고 있다. 강씨는 “아이를 낳고 보니 사야 하는 옷과 물건이 이전의 10배는 되는 것 같았다. 입고 버릴 때마다 이 옷이 당장 내 집에서는 나가지만 지구 어딘가에 쌓일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내 아이가 커나갈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에 일조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지 말자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어린이집 교사 조성아(34)씨는 5년 전부터 얇은 티셔츠 정도만 가끔 구매하다가, 올해 들어선 새 옷을 전혀 사지 않고 있다. 조씨는 “지난해 텀블러 쓰기나 고체샴푸 쓰기 같은, 나름대로 생활 속 챌린지를 수행했다. 환경에 도움이 되려고 한 일인데 제품을 살 때 딸려 오는 에코백이 쌓이는 것을 보면서 이게 과연 친환경인지 의문이 남았다. 그때부터 의생활을 포함해 불필요한 소비 자체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새 옷을 사는 대신 버리지 않고 오래 입거나 지인과 나눠 입고, 꼭 필요할 때는 중고제품을 사는 편을 택한다. 2018년 말부터 옷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직장인 이해나(34)씨는 가족·지인과 옷을 교환하거나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씨는 최근 유튜브에 ‘3년차 노쇼핑러 옷장 공개’ ‘2년 옷 안 사고 버틴 방법’ 등의 콘텐츠를 올리며 노쇼핑 노하우를 소개했다. 그는 “내게 어울리지 않던 옷이 친구에게 찰떡처럼 어울릴 때 옷이 주인을 만났구나 싶어 즐겁다”고 했다. “가지고 있는 옷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하게 된다. 재킷 같은 경우, 받쳐 입는 상의나 하의에 따라 전혀 다른 옷처럼 보이기도 한다. 친구들보다 옷이 많지 않은데 오히려 ‘옷이 많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고 했다.
의류 폐기물을 줄이자는 뜻에서 시도한 변화였지만 뜻밖의 효과도 있다. 쇼핑을 해야 자신의 취향을 알 수 있다는 통념과 달리, 소비를 줄이면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가지고 있는 옷을 최대한 활용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나를 찾아가게 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어떤 색이 잘 받는지, 내 체형과 취향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내 취향이 아니라 유행이나 광고에 휩쓸려서 산 옷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의생활 속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하는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는 지난해 7월 옷장 속 입지 않는 옷이 얼마나 되는지 사람들에게 물었다.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는 “(응답자들을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10벌 중 2벌(21%) 정도의 옷이 입지 않는 채로 옷장 속에 묵어 있었다. 의류 소비 문화를 환경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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