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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탄소중립에 원전이 도움이 된다? 당신도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등록 2021-04-26 16:34수정 2021-12-29 14:17

체르노빌 원전 참사 35주기
탄소중립 선언한 국가들 친원전 목소리 솔솔
환경단체 “원전과 재생에너지 양립 불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추모 기자회견'에서 탈핵시민행동 활동가 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추모 기자회견'에서 탈핵시민행동 활동가 등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986년 4월26일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날이다. 35년 전 일어난 이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의 정확한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사능에 노출돼 서서히 희생된 이들까지 합치면 수만명이 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원전이 태생적으로 지닌 위험은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원전 참사로도 연결된다. 두 사건의 피해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원전이 미래형 에너지이자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핵분열로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저탄소 발전원이 될 수 있고, 재생에너지보다 대규모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원전이 탄소중립(탄소순배출량 ‘0’)을 위한 궁극적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한 미국·영국·프랑스·유럽연합 등에서 원전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22~23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 부문의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그 방안으로 언급한 청정에너지원 중 원자력 발전이 포함됐다. 영국도 지난해 말 원자력 발전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도 2025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율을 50%까지 낮추겠다고 했다가 이를 2035년으로 연기했고, 지난 2월에는 원전의 수명을 40년에서 50년으로 늘렸다. 유럽연합도 친환경 발전원인지를 따지는 '녹색산업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스 유럽은 지난달 “유럽연합이 친원전진영의 로비를 받아들였다”고 비판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판단을 유보했다.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 참사 경험을 공유하는 아시아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중국은 한국 서해안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 동쪽에 원전을 집중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일본도 “원전은 여전히 필요한 에너지”라며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일본 반핵단체들의 규탄을 받고 있다. 탄소중립 선언은 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의 과제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도 친원전 진영과 기술개발론자들은 탄소중립을 원전이 도약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하고 국회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자로) 국회포럼’이 출범했다. 정재학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은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물론 핵연료 제조·운반 과정 등에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가 소량 배출될 수 있겠지만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에 비해 그 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원으로 볼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가 대규모 전원을 대체해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사실 따져볼 것이 많다. 공학·기술자들은 현재의 기술을 개발시켜 실현가능성을 따져봐야 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은 결국 사회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전체 에너지원의 40% 가량을 차지한 석탄화력발전은 30%선으로 올해 그 비중이 줄었다. 반면 25%였던 원전이 30% 가까이로 늘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아직 10%를 넘지 못했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탈핵 기자회견에서 탈핵 및 핵발전 확대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탈핵 기자회견에서 탈핵 및 핵발전 확대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들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참사, 오염수 방류 등으로 확인한 원전의 불완전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지적할뿐 아니라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에 최적화된 전력망 송배전 시스템에 의존하는 원전이 있는 한 소규모 분산형 전원 중심의 재생에너지 도입이 막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논리로 맞선다. 영국 서섹스대학교·독일 뮌헨 국제경영대학원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네이처 에너지>에 1990~2014년까지 세계은행과 국제에너지기구 자료를 토대로 123개국 상황을 분석한 결과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양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대규모 원자력 발전을 하는 국가들의 탄소배출량이 낮다고 볼 수 없었고, 특히 저소득국가에서는 원전이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배출량과 연관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오전 에너지정의행동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위기를 핑계로 핵발전을 말하지 말라’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원전 발전량을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나오는데, 기후위기라는 커다란 위협을 핵 발전이라는 또다른 위협으로 막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고 미봉책에 불가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탈핵시민행동도 서울 광화문에서 체르노빌 핵사고 35주년 추모행사를 열어 “체르노빌의 교훈은 안전한 핵 사고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에 24기의 원전이 있고 26일 기준 16기가 운영 중이다. 탈원전 정책이 실현된다고 해도 2084년까지는 원전이 운영된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10여 년 전만해도 원전을 가스복합발전으로 대체한 뒤 천천히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통했다. 그런나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력 증가와 경제성을 고려할 때 탄소중립 시기를 맞추려면 지금 당장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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