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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식목일이 3월 되나? 기후변화가 앞당긴 ‘봄꽃 축제’ 속앓이

등록 2021-03-28 13:49수정 2021-12-30 14:31

[최우리의 별헤는 지구]
제주 유채꽃·진해 군항제·여의도 벚꽃
코로나19로 축제 안 하지만 기후변화 실감
“개화시기 따라 축제 기간도 당겨져”
식목일 앞당기자는 논의 매년 재현
지난 19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에 왕벚꽃과 유채꽃 등이 화사하게 피어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에 왕벚꽃과 유채꽃 등이 화사하게 피어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연합뉴스

설레는 상춘객들을 끌어모으던 봄꽃 축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단되거나 온라인 개최로 대체되었다. 27~28일 예년보다 일찍 핀 봄꽃들이 봄비를 맞고 속절없이 꽃잎을 떨어뜨렸지만, 만개하는 봄꽃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겨레>가 26일 제주 서귀포시, 경남남도 창원시와 산청군, 서울 여의도구 등 전국의 유명 봄꽃 축제 담당자들에게 문의한 결과, 개화 시기와 만개일을 면밀히 살피며 축제 일정을 잡아왔던 각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고 있었다.

여의도 벚꽃 축제로 유명한 서울 여의도구청 문화체육과 벚꽃 축제 담당자는 행사일을 제대로 정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 일본 동일본 대지진이 났던 미야기현의 센다이 지역 개화 시기부터 참고한다. 센다이시는 서울과 위도가 비슷하다.

담당자는 “한국보다 먼저 예보를 하는 일본의 개화 정보부터 확인하고, 이후 나오는 한국의 정보를 종합해 행사일을 정한다. 올해도 센다이시 개화일이 일본에서 이달 29일로 예보됐는데 여의도 개화일도 다음달 1일로 비슷하게 예보됐다. 코로나19라 축제는 하지 않지만 1일부터 교통 통제를 한다”며 “꽃샘 추위가 있으면 기존에 피던 시기에 꽃이 피지만 올해처럼 따뜻하게 봄이 시작하면 더 빨리 핀다”고 예측했다. 2005년 이후 여의도 벚꽃 축제 일정을 분석해보면 2015년까지 4월5~13일께 시작하던 축제가 2016년 이후 4월1~7일에 시작해 약 일주일 정도 앞당겨진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이후 경포대 일대에서 벚꽃 잔치를 진행하는 강릉시 관광과 담당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담당자는 “바다의 영향때문인지 시내보다 늦게 개화한다”면서도 “개화 시점, 만개일을 예측하기 점점 더 어렵다”고 말했다. 2018년 4월6~12일 축제를 했는데 기상청의 이 지역 벚꽃 개화예정일이었던 4월4일보다 사흘이나 이른 4월1일에 조기 개화한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지난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을 찾은 시민이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최대규모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취소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공원을 찾은 시민이 벚꽃 구경을 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최대규모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취소했다. 연합뉴스

한 해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경상남도 창원시의 ‘진해 군항제’ 담당자도 개화 시기에 따라 축제 일정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군항제는 1953년 시작한 이래 매년 3월 마지막날 전야제를 시작으로 열흘 동안 축제를 이어간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조기 개화로 3월27일로 전야제를 앞당겼다. 이 담당자는 “2월말께 기상청에 문의해서 기간을 정하고 있다. 내년에 만약 축제를 한다면 예년보다 이른 3월25일부터 전야제를 준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발고도가 높은(800~1100m) 곳에 피는 꽃들은 평지에 있는 꽃들보다는 그나마 기후변화의 영향을 덜 받고 있었다. 올해로 38회째 이어오고 있는 경남 산청군 관광진흥과의 황매산 철쭉제 담당자는 “축제기간이 보름 가량이라 개화·만개일을 다 포함하는 편”이라면서도 “어떤 해는 일찍 피고 져버리고, 어떤 해는 늦게 만개하고 시기 맞추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유채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유채밭을 찾은 관광객들이 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3년부터 유채꽃 축제를 열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의 관광진흥과 담당자는 “약 일주일 정도 꽃이 일찍 피고 있지만, 4월3일(4·3사건 국가기념일) 행사 때 잔치를 할 수 없어 그 다음에 열고 있어 개화 시기와 행사 일정을 맞추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와 강릉 경포 벚꽃 축제 담당자들이 참고한다고 밝힌 한 민간 예보업체 ‘웨더아이’의 박경원 예보실장은 “2월 하순께 벚꽃 개화 예보를, 2월 중순께 개나리와 진달래 예보를 한다. 코로나 이후에는 연락이 거의 안 오지만 연초에 축제 일정을 정하려 한다며 개화 시기 등을 묻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식물의 생태시계가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근거 자료가 차곡차곡 모이면서, 식목일을 3월로 당기자는 주장은 매년 봄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이달 초에도 불거졌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지난 3일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타당성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화시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3월의 평균 기온이다. 기상청 과거 자료를 보면 1961~1980년 3월 평균 기온은 약 5도이지만, 2014년 이후 7~8도에 이른다.

기상청 자료 갈무리
기상청 자료 갈무리

기후변화와 식생의 관계를 연구한 한 전문가는 “관련 논의가 예전부터 있어왔다가 최근 또 늘고 있다”며 “현재의 기온과 생물의 반응을 볼 때 3월 중에도 생육이 잘 된다는 이유고 최근 토양이 녹는 시기를 측정해봐도 식목일을 4월에서 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목일은 신라 문무왕이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이룩한 날을 기념하며 4월5일에 나무를 심었다는 데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밭을 일군 날도 이날이다. 한국보다 3월 기온이 낮은 북한의 식목일인 식수절은 3월3일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벚꽃길에 핀 벚꽃 아래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도 서강대교 남단부터 국회 의원회관 사거리까지 여의서로 봄꽃길을 통제한다. 차량은 4월 1일·보행로는 2일부터 통제를 시작하며 12일까지 이뤄진다. 4월 5∼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에 따라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행사 관계자 포함 99명씩이 1시간 30분 간격으로 봄꽃길에 입장해 봄꽃산책을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벚꽃길에 핀 벚꽃 아래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도 서강대교 남단부터 국회 의원회관 사거리까지 여의서로 봄꽃길을 통제한다. 차량은 4월 1일·보행로는 2일부터 통제를 시작하며 12일까지 이뤄진다. 4월 5∼1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에 따라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행사 관계자 포함 99명씩이 1시간 30분 간격으로 봄꽃길에 입장해 봄꽃산책을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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