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추행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동화작가 한예찬(53)씨가 작사한 노래 중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었고, 현재 유치원 등에서 널리 활용되는 ‘아기다람쥐또미’라는 곡이 있다. 여러 유튜브 콘텐츠로도 제작돼 지금까지 수십만번씩 재생됐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한씨의 저작물은 15일 기준 113개다. 종교 관련 노래와 동요가 대다수다. 특히 1996년 <문화방송>(MBC) 창작동요제 은상 수상곡인 ‘아기다람쥐또미’는 지금도 널리 불리고 있다. 한씨는 이 노랫말을 쓰고 환경보호 필요성을 담아 같은 제목의 동화도 발표했다. 노래가 발표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 2005년 7~9살 여자 어린이들로 구성된 ‘칠공주’ 그룹도 이 노래가 실린 음반을 발표했다. 유명 걸그룹 가수가 초등학생 시절 동요대회에서 이 노래를 부른 영상이 공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상남도 사천에서 7살, 5살 아이를 키우는 허아무개(32)씨는 “두 아이 모두 이 노래를 알고 있고 나도 자주 부르던 노래”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유치원 교사는 제목을 말하자 노래를 바로 부르며 “유치원에서 많이 들려주는 노래”라고 했다.
이 곡은 2009년 교과개정으로 검인정을 통과한 교학사 초등학생 3~4학년용 음악교과서(122쪽)에 실리기도 했다. 교학사 초등과학팀은 <한겨레>에 “2015년 개정 과정에서 (해당 교과서가) 검정에 불합격해 현재는 아이들이 이 노래를 배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많이 불려지고 있다.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는 “2019년 개정된 누리과정에서는 배울 노래를 지정해주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유치원 인기동요 Best 100’(2019년 발매), ‘유치원선생님이 추천하는 3~5세 누리과정 유치원 동요베스트’(2019년 발매), ‘신나는 어린이 최신 인기 동요 베스트 160’(2019년 발매) 등 앨범에 수록돼 있어 유치원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아기다람쥐또미’ 가사에 곡을 썼던 작곡가 조원경씨는 한씨의 아동성추행 사실을 전해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조씨는 올해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대표곡으로 ‘아기다람쥐또미’를 앞세운 음반작업 중이었다. 조씨는 “이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자란 아이들이 많다. 오카리나, 플룻, 피아노 등 악기 관련 음악책에도 많이 실렸고, 최근에는 중국 유치원 누리과정에서도 이 노래를 사용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노래라 가사를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 고민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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