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탄소중립 선언 끌어내겠다” 공언
1년 뒤 ‘2050년 탄소 중립’ 선언 실현
“10년짜리 시각으론 2050년 말 못해”
1년 뒤 ‘2050년 탄소 중립’ 선언 실현
“10년짜리 시각으론 2050년 말 못해”

지난 12일 오후 서울 반포동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탄소 중립 선언은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선언’ 배경과 의미를 말해달라. ‘그린뉴딜'처럼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소쩍새가 울었기에 국화가 핀 거다. 대통령의 결심이 중요하지만 그전까지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역할을 했다. 그린뉴딜, 탄소중립을 두고 여러차례 대통령과 토론했다.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 주요인사들의 말씀, 다른 나라 지도자들 얘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중국과 일본의 발표가 영향을 줬나?(중국과 일본은 각각 9월22일, 10월26일 넷제로 선언을 했다) “시기가 그렇게 됐는데, 대통령이 넷제로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건 그 전이다. 일련의 논의, 검토, 점검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중국과 일본 발표 이전에)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결심했다는 얘기를 직간접으로 들었다.” ―대통령의 선언 직후 관계 부처 회의(녹실회의)가 있었다.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선언은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술적 문제도, 경제적 문제도 있다. 국민적 동의와 참여, 결의도 중요하다. 국민들은 ‘넷제로를 왜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국민들이 탄소 중립의 의미를 모르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장 직면한 중요 쟁점들을 짚어보고 어찌 풀어갈지 논의하자는 취지(의 회의)였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30년까지 전체 도시 30% 탄소 중립 의무화 ―아직까진 ‘2050 넷제로’ 의미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려면 2050년 한국의 변화한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논의를 이끌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넷제로를 어찌 할지에 대해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실천하는 넷제로가 되지 않으면 (2050 넷제로 실현은) 불가능하다. 환경부의 넷제로 전략 초안에는 지역 기반 넷제로 전략도 담겼다. 지역 단위에서 중립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테면 2022년까지 5개 탄소 중립 도시를 정해 시범사업하고, 2030년까지 전체 도시의 30%를, 다시 2040년에는 모든 도시에 탄소 중립을 의무화하는 거다. 산업 쪽 탄소 중립화는 중앙정부가 정책수단으로 하고 생활, 소비 관련 부분은 지방정부가 해야한다. 대표적인 게 건물, 교통, 각종 소비에 따른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것들이다.”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열려면 의제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우리 현실을 보자. 넷제로를 하면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탄소 배출이 안 돼야 한다. 자동차는 모두 전기화돼야 하고 전원도 지금처럼 석탄이나 엘엔지(LNG·액화석유가스)에 의존해선 안 된다. 집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 심지어 열 에너지까지 전기에서 얻어야 한다. 전 사회의 ‘전기화'로 가려면 현재 추정으로 현 생산 전력량의 2.55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필요량의 절대다수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60%로 확보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하려면 좀 더 강화된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큰 이슈일 것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탄소 중립 불가능? 30년 전엔 ‘삐삐’도 귀한 시절 ―산업계 설득은 쉽지 않다. 2050년 탄소 중립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식의 주장도 있다. “2050년은 30년 이후다. 30년 전을 생각해보면 흔히 삐삐라고 부른 무선호출기도 귀한 시절이었다. 30년 이후 탄소 중립이 가능할지를 두고 지금의 기술 수준과 생활 방식을 잣대로 판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실제 그런 우려를 하는 이들과 얘기해보면 10년짜리 시각으로 30년을 이야기하더라. 10년 이상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더 긴 시간을 두고 본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유럽연합도 2050년에 실현할 탈탄소 미래기술 목록을 만들어놨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얼마나 발전시켜갈지에 따라 우리 미래도 달라진다. 보지 않으려 하면 보이지 않지만, 보면 보인다.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탈탄소 미래기술에 얼마나 투자할지를 두고) 강·중·약 세 가지 경로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봤는데, 탈탄소 미래기술 발전을 강하게 가져갈 때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는 게 잠정 결론이었다. 소극적으로 하면 더 위축된다. 우리 산업구조는 언젠가 노후화된다. 탄소국경세 등에 의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거대한 좌초자산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걸 넷제로라는 이름으로 뛰어넘기 위해 투자를 해야한다. 당장은 비용이지만 그렇게 해서 신산업이 일어나고 다시 국가적 이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4대강 재자연화, 임기 내 어려워도 돌이킬 수 없게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장관으로 만 2년을 지냈는데 어떤가? “2년 간 자랑스러운 건 하나도 없고 여전히 할 일만 많은 것 같다. 우리처럼 공부하다가 들어온 사람은 가치나 근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일상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큰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나갈까가 더 관심인데, 쉽지 않다. 4대강 재자연화 같은 문제는 임기 동안 구체화는 못해도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도 정말 만들고 싶다. 쓰레기 문제도 심각한데 역시 시스템 전환이 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탄소 중립 대세를 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진행/박기용 기후변화팀장, 정리/김민제 기자 xeno@hani.co.kr
조명래는 누구?
조명래(65) 환경부 장관은 진보 성향 학자 출신이다. 주로 ‘생태·친환경+공간’을 연구하며 시민사회운동 영역으로도 관심을 확장해 왔다.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환경정의 공동대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끄는 서울시에서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환경부 장관을 맡기 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1955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고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서울대 환경계획학 석사 △영국 서식스대 도시·지역학 석·박사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 △환경정의 공동대표 △한국NGO학회장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원장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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