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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친원전 세력의 ‘신한울 3·4호기 건설론’, 이대로 괜찮을까요

등록 2020-11-13 14:29수정 2022-01-03 18:52

전력수요 낮은 연휴, 출력 감발 불가피
재생에너지 늘어 출력조절 잦아져

IEA “재생에너지 비중 25% 넘으면
발전소 24시간 상시 가동 어려워”
경제성 저하에 안전 부담도 가중
원자력발전소. 게티이미지뱅크
원자력발전소. 게티이미지뱅크

3개월 뒤면 정부의 ‘백지화 결정’으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사업의 공사계획 인가 시한이 마감됩니다. 원자력계와 보수 언론 등이 사업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이대로 원전 건설을 이어가는 경우 전체 전력망의 안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감사원 감사에 이어 청와대까지 겨냥한 검찰 수사까지 몰고 가는데 성공한 여세를 신한울 3·4호기 사업 재개로 몰아가는 듯합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쪽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문제를 그렇게 공격한 이유는 신한울 3·4호기 사업 재개로 가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예상대로라는 얘깁니다.

미련 못 버린 한수원 “협의 중”

신한울 3·4호기는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와 함께 2017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신규사업 백지화 대상으로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이사회에 천지와 대진 원전 사업 종결도 안건으로 올려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중단만 시키고 종결 처리를 미뤄왔습니다. 두산중공업이 주기기 제작에 이미 투입했다고 주장하는 4927억원을 포함해 총 7790억원의 사전 투자비의 처리 문제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수원 쪽 설명입니다.

전기사업법은 발전사업 허가 후 4년 안에 공사계획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내년 2월 말까지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공사계획 인가가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한수원이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처지에 몰린 것입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사업에 대해 연말까지는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 지금 여러가지 선택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수원의 선택지에는 신한울 3·4호기 사업의 재개를 염두에 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올라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한수원은 지난 5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신한울 3·4호기를 전력수급계획에 포함하려고 시도하는 등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감사원 감사에 시달리고 검찰의 전방위 수사까지 받게 된 학습 효과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추석 연휴, 124시간 출력 감발

산업부는 일단 한수원의 조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입니다. 김대자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한수원은 공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 따를 책무와 이사회의 의견에 따라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동시에 보유한다. 정부 정책 이행에 협조를 요청하지만, 무조건 따르라고 강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정책관은 “지금은 한수원이 일차적으로 판단해서 방안들을 제시하면 정부가 그중에 하나를 골라 답을 해줘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한울 3·4호기는 현재 가동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같은 한국형 APR1400 가압 경수로형 원전입니다. 호기 당 설비규모는 1400㎿이지만, 실제 100% 가동하면 1500㎿까지 출력을 냅니다. 보통 석탄발전소의 3배가량 되는 큰 출력입니다. 이처럼 원전의 출력이 큰 것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 전력망의 안정성 유지에 부담되기도 합니다.

전력망에 태양광과 풍력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량이 빠르게 늘어나면 석탄화력이나 원전 같은 기존 발전기가 감당하는 전력망의 순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순수요가 줄어들다 보면 1500㎿의 대형 원전 하나만 이상이 생겨 정지해도 전기의 주파수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전력계통의 신뢰도와 전기품질을 유지하려면 대형 원전의 출력을 미리 낮춰 놓아야만 합니다.

전력계통 전문가와 관제 실무자들이 예상한 이런 상황은 올해부터 현실화됐습니다. 석가탄신일부터 이어진 연휴 기간 신고리 3·4호기의 출력을 13시간 동안 20% 낮춰 운전하는 출력 감발이 국내 원전 사상 최초로 발생했고, 추석 연휴에는 124시간 동안 같은 조처가 내려진 것입니다. 이런 조처는 같은 규모의 원전에 동시에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연휴 때 이뤄진 원전 출력감발은 원전 고장이 전력망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리 몸집을 낮추는 것이어서, 같은 규모 원전에는 모두 같은 조처가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한울 3·4호기는 물론 곧 가동에 들어갈 신한울 1·2호기와 한창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 등이 모두 신고리 3·4호기와 같은 APR1400 원전입니다.

이와 같은 대형 원전의 출력 조절은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연휴는 물론 평소 휴일에도 일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8차 전력수급계획 설비 용량을 기초로 분석해본 결과, 2030년 봄에는 대형 원전의 출력 감발 수준을 넘어 전체 원전의 절반 이상을 정지시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습니다.

잦은 감발, 안전 문제 유발할 수도

통상 100% 출력으로 가동되는 원전의 출력을 자주 낮추는 것은 원전의 경제성을 떨어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안전에도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운전자들의 조작 과정에서 인위적 실수의 위험성과 설비의 피로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를 지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과학기술정책학 박사)은 “전력계통 안정을 목적으로 원전의 출력 감발을 반복하는 것은 설비의 피로 현상과 핵연료의 건전성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안전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계통안전 유지 목적의 원전출력 감발은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원자로 기계 설계 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합니다. 이 대표는 “출력을 조절하게 되면 원자로 기계의 온도 압력 조건이 바뀌게 되고 원자로의 가해지는 스트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잦은 출력 조절은 환경피로까지 고려해 따져볼 점이 많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7년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를 4단계로 구분한 보고서에서 변동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5%를 넘는 4단계부터는 어떤 발전소도 24시간 내내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전력 수요의 100%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되는 순간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력망의 안정을 위해서는 모든 발전소가 재생에너지의 변동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20%, 2040년 30~35%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 계획대로면 한국은 30년대 중반께 4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 중립’ 경로로 가려면 이 시기는 더욱 앞당겨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출력 조절이 쉽지 않은 원전에 특히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8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려는 것이 이런 부담을 더욱 키우는 일이 아닐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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