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이 발효되기 며칠 전인 지난 2월29일(왼쪽)과 40일 뒤(오른쪽)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된 올 상반기 국내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면서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6년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그나마도 경제가 회복될 경우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6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에너지통계월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최종 에너지 소비가 한 해 전보다 3.6% 줄면서 이에 근거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5%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율은 4월에 최대치인 8.9%를 기록했다. 이런 감소율은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석탄, 석유 등 에너지 소비에 기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전체의 86%가량을 차지한다.
분야별로 보면 수송(-10.8%), 산업(-4.8%), 공공(-3.7%), 가정·상업(-0.9%)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에너지원별로는 석탄(-8.3%), 도시가스(-6.8%), 석유(-5.7%), 전기(-2.9%), 열(-1.1%) 순서였다.
연구진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수준으로 배출량 감소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4.5% 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올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전년 대비 6% 감소하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도 8% 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렇게 줄어도 올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005년 대비 4% 감소’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 줄이는 ‘중기 목표치’를 정한 바 있다. 연구진은 또 올해 배출량 감소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경기 회복 뒤 다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년배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부터 경제가 회복될 경우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은 다시 증가할 것”이라며 “경제는 회복하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이는 한국판 그린뉴딜을 위해 월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감축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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