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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안전성 빼고 경제성만 따져…‘가동 중단’ 종합적 판단과 거리

등록 2020-10-20 22:12수정 2022-01-03 13:32

감사원 감사 결과 보니

“경제성 낮게 평가” 발표
“전기 판매단가 의도적으로 낮추고
중단때 인건비 감소 등 과다 추정”
전문가 “감사원이 사업주 입장서
재무성 평가만 한 반쪽 분석” 비판

“원전 평가기준 마련” 제안
10년간 원전 10기 수명 다하는데
계속가동 평가 기준 마련 요구해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듯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들머리에서 탈핵시민행동 회원들이 월성1호기 폐쇄 정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들머리에서 탈핵시민행동 회원들이 월성1호기 폐쇄 정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일 공개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의 핵심은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 국회가 주문했던 조기 폐쇄 결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못했다.

이날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최종안)에서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삼덕회계법인이 작성한 이 용역보고서는 2022년까지 계속 가동할 때의 원전 이용률을 60%로 잡은 뒤 한국수력원자력이 전망한 전기 판매단가를 적용해, 계속 가동하는 것이 즉시 정지하는 것보다 손실 규모가 덜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감사원은 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에서 계속 가동 때 경제성을 1778억원으로 잡았다가 최종 보고서에는 224억원으로 줄어든 점에 주목했다.

우선 감사원은 용역보고서에서 제시한 원전 이용률 전망치에 대해 최근 강화된 규제 환경과 이로 인해 전체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 낙관(80%), 중립(60%), 비관(40%)의 시나리오별 분석 결과를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판매단가 산정은 과다했다고 결론지었다.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5월 회계법인에 전년도 판매단가가 아니라 한수원 전망단가를 적용하도록 했다. 전기 판매단가가 이용률이 높을수록 낮게 추정되는 것을 알고, 월성 1호기의 중립적 이용률(60%)이 아닌 전체 원전의 이용률(84%)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용률을 70%로만 잡아도 84%로 잡을 때에 비해, 판매단가가 연도별로 최소 4.07원/㎾h에서 최대 5.94원/㎾h 상승한다고 밝혔다. 이에 월성 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전기 판매수익)이 낮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즉시 가동중단 시 인건비와 수선비 등 비용의 감소 규모가 과다 추정됐다는 것도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된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감사원의 결론은 경제성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회계적 관점에서만 따진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엄밀히 따지면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가 아니라 사업주 입장에서 이익이냐 손해냐만 따지는 재무성 평가를 한 것인데 그렇게 되면 반쪽짜리 분석이 된다. 원전을 계속 가동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원전 사고나 폐기물 처리 같은 사회적 비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온전한 의미의 경제성 평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수원이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에 앞서 이사회에 제출한 의안 자료를 보면,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고관리계획서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추가 안전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의 가동중단 결정에는 경제성 외에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 감사는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 등은 처음부터 감사 범위에서 제외하고 시작됐다. 그 결과 국회가 주문한 타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못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또는 부당성 여부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고리 2~4호기와 한빛 1~2호기 등 10기가 앞으로 10년 내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감사원이 원전의 계속가동 평가기준에 대한 합리적 지침을 마련하도록 요구함에 따라, 어떤 잣대를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 때 판매단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에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신규 원전 건설 때 경제성 평가는 한수원 지침이 있으나 계속가동과 관련된 평가에 적용할 명시적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계속가동 여부를 평가하는 주체를 회사 이사회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산업부 등이 관여할 수 있도록 다층화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에만 맡길 경우 당연히 경제성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구체적 기준을 마련한 뒤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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