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 3개 이하를 비닐로 다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 금지된다. 시민단체는 비닐 등 합성수지 재질의 재포장만 금지할 경우 업체가 코팅된 종이를 사용해 포장하는 등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는 산업계,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합성수지 재질의 재포장을 줄이기 위해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과 예외기준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준을 보면 합성수지 필름 및 시트로 재포장하면 안 되는 경우를 명시했다. △판매과정에서 추가 포장하는 경우 △일시적 또는 특정 유통채널을 위한 1+1, 2+1 형태 △낱개로 판매되는 제품 3개 이하를 함께 포장하는 경우 등이 금지된다. 우유, 세제, 식용유 등 손잡이가 있는 비닐 포장에 2~3개씩 넣어 판매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금지 대상이다. 4개 이상의 제품을 묶음 포장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4개 이상은 들고 가기 위해 포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마트에 가 보면 2~3개씩 묶어 비닐포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포장하지 않고 낱개로 판매하거나 띠지 또는 고리 등으로 묶는 경우, 종이 상자 등으로 포장하는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1차 식품 △낱개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묶어서 단위제품으로 포장하는 경우 △수송·위생·안전 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등도 예외로 했다.
시행시기는 내년 1월부터로 한다. 포장설비 변경 등 업계 사정을 고려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주고 중소기업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이 방안은 환경부가 애초 올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업계 반발로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제조·유통업체, 소비자단체 등 92개 기관의 의견을 듣는 협의체를 구성해 기준안을 만들어왔다. 논란이 됐던 “판촉(가격 할인 등)을 위한 추가 포장을 금지한다”는 표현에서 ‘가격 할인’ 부분을 삭제하고 “일시적 또는 특정 유통채널을 위해”를 넣어 적용되는 상황을 구체화했다. 낱개 제품 3개 이하를 묶어서 팔지 못하도록 한 것 등이 새로 가다듬은 규정이다. 환경부는 국민생각함(
www.epeople.go.kr/idea)을 통해 25일까지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고 이달 말 세부기준안을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애초 모든 포장 재질을 금지하려던 기준안은 합성수지 필름 등 비닐류만 제한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이에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재포장 기준에서 플라스틱 재질 포장 대신 종이 재질로 대체할 가능성이 큰데 코팅된 종이 재질은 재활용이 어려워 다른 폐기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근본적 감량 해결 방법이 아니다. 합성 포장재만이 아닌 모든 재질의 포장재를 줄이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이 ‘타협’했다는 평가 속에 소비자들이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렇게라도 줄이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라면 묶음 포장(멀티팩)같이 근본적인 2차 포장 문제는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라며 “기업들 스스로가 불필요한 묶음 포장을 하지 못하도록 소비자들이 강력한 불매운동을 벌일 필요도 있다. 낱개 제품을 여러 개 사서 묶음 제품과 같은 수를 샀을 경우 똑같이 할인해주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소비자에게 같은 혜택을 주면서도 포장을 줄이는 방식을 기업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