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20년의 우리나라 영향 태풍 경로. 과거 태풍들은 북동진하는 추세인 반면 최근 태풍들은 북진 경향을 보였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제공
올해 우리나라에 피해를 준 태풍 4개는 모두 남쪽에서 북쪽으로 직진하는 이례적 경로를 보였다.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 영향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태풍 강도가 강해지고 경로도 ‘곧추서는’ 경향이 계속될 전망이라, 우리나라 중부 내륙이나 북한 동북지방 등 평소 태풍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까지 피해가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의 경로는 모두 북동 방향으로 전향하지 않고 똑바로 북진했다. 특히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 바비와,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 하이선의 경로는 경도와 평행선을 이룰 정도로 남북으로 똑발랐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늦여름에서 초가을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이나 우리나라 남동쪽에 위치하면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태풍들이 그 가장자리를 따라 북서진하다 위도 30도 부근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일반적 경로”라며 “하지만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열도에 위치하면서 오호츠크해까지 기압능이 발달해 태풍들이 북진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오임용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예보관도 “올해는 특히 서쪽에 형성된 기압골 전면에 북쪽으로 향하는 제트(기류)가 강해 태풍이 빠르게 북진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최근 20년 동안 ‘영향 태풍’ 경로를 비교해도 뚜렷하다. 2001∼2010년은 전통적 경로대로 태풍이 타원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며 북동진했다. 반면 최근 10년은 북진 경향이 강했다. 문일주 제주대 교수(태풍연구센터장)는 “최근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서쪽 확장 경향이 뚜렷해 (북향 직진 태풍은) 내후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일차적으로 지목되지만 자연 변동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위도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수십년 주기로 진동하는 ‘태평양 10년 주기 진동’(PDO)이 2010년대 초까지 음으로 진행되다 최근 양으로 전환된 부분도 태풍 경로 변화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 산하 ‘태풍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기후변화에 의한 태풍 변화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태풍 발생 수는 감소하는 반면 태풍의 강도는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1977년 이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초강력’ 태풍 19개 가운데 2000년 이전은 8개인 데 견줘 2000년 이후는 11개여서,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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