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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거문도 해안에 흑범고래 200마리 왜 왔을까

등록 2020-09-07 12:01수정 2022-01-13 17:14

국립공원공단, 지난달 14일 무리 발견
멀고 깊은 바다 선호…“부시리 먹으러 연안에”
드물지만 동해·남해서도 관찰
지난달 14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 해안에서 흑범고래 무리를 관찰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지난달 14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 해안에서 흑범고래 무리를 관찰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잠수를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오는 데 부시리가 수면 위로 따로 뛰더라고요. ‘왜 뛰지’ 보니까 시커먼 고래 한 마리가 다가왔어요. 돌고래는 부리가 긴데 이 고래는 얼굴이 둥글더라고요.”

지난달 14일 낮 12시쯤 국립공원연구원 김건석 연구원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 서도에서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해양생물 조사를 하고 있었다. 연안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구역이었는데 검은 고래 한 마리를 발견했다. 김 연구원의 눈에 들어온 고래는 흑범고래로, 머리가 둥글고 검거나 회색빛 몸에 가슴 부위에 흰 무늬가 있는 이빨고래다. 몸집이 작은 돌고래인 상괭이나 물고기들을 주로 먹는다. 외모와 크기가 검은 몸에 흰 점이 있는 범고래와 비슷해 ‘범고래붙이’라고도 불린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정보부족종으로 국제적 보호종이다. 김 연구원은 이날 1㎞쯤 떨어진 수면 위로 고래떼가 지나가는 것도 목격했다.

김 연구원은 7일 “당시 거문도 주민들에게 물어봤을 때 ‘거문도와 백도 사이를 운항하는 여객선에서 여객선 직원들이 이번 여름에 이 고래가 왔다 갔다 하는 걸 자주 본다더라’고 했다”며 “당시 수중 생태계 조사를 나가보니 부시리가 많이 보였다. 부시리는 여름이면 살을 찌워서 연안쪽으로 오는데 흑범고래가 부시리를 먹기 위해 연안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립공원공단은 당시 촬영한 흑범고래 사진 등을 7일 공개했다. 길이 4m로 추정되는 어미 개체와 1m 내외의 새끼 개체 등 약 200여 마리가 시속 20㎞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흑범고래는 전 세계 온대와 열대 바다에 분포하고 주로 먼 바다, 깊은 바다를 선호한다.

흑범고래는 한국에서 자주 발견되는 종은 아니다. 올해 1월말에는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서 백여마리가 발견됐는데, 더워지면 북쪽으로 이동해 여름철 우리나라 근처까지 올라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남해와 동해에서도 종종 관찰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김현우 박사는 “2002년 제주와 남해 사이에서 한 어민이 흑범고래를 그물에 잡아 산 채로 부산 자갈치시장까지 데려 온 적이 있다. 드물지만 남해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종”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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