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성동구 뚝도아리수정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활성탄 흡착지실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뚝도아리수정수센터 측은 16~17일 6개 정수센터, 20일 뚝도아리수정수센터에서 환경부 및 K-water와 진행한 합동 점검 결과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환경부 점검 결과 활성탄 여과층 표면에서 유충이 발견된 7곳 중 인천 공촌·부평 정수장 등 2곳은 여과층을 통과해 가정까지 그대로 유충이 흘러갔다. 전문가들은 관리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5곳은 유충이 나왔지만 여과층에서 걸려 가정까지 흘러가진 않았다. 하지만 역시 근본적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점검에서 방충망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곳도 전체 49곳 중 14곳이었다. 특히 인천 공촌,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정수장 3곳은 유충도 나오고 방충망에도 문제가 있었다. 시민단체는 그동안 수돗물 정책이 정수처리시설의 고도화에만 집중해 직원 역량 강화 등 전반적 관리가 미흡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1일 신진수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수장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활성탄 여과 방식은 수질 상황에 따라 역세척 주기가 한달에 두세번 정도로 긴 편(일반 방식은 4일마다 세척)이라, 유충으로 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리 부실과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정수장 운영 매뉴얼 준수 여부나 교체·세척 주기 등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문제가 된 정수장은 활성탄 교체와 세척 등의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정수장 쪽에 이달 23일까지 보완 조처를 완료하고 환경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유충이 여과층을 통과한 것은 관리 부실이란 지적이다. 활성탄 여과 전 단계인 오존 처리 과정에 오존의 농도가 높으면 벌레의 산란이 어렵지만, 인체에도 해롭기 때문에 산란 자체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다음 단계에서라도 유충이 걸러져야 했다는 것이다. 전문가 합동정밀조사단(14명)에 참여 중인 독고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서울 영등포정수장은 인천과 같은 풍납취수장에서 물을 쓰면서 고도정수처리를 하지만 이상이 없었다. 인천은 운영 미숙 등 관리 문제”라고 진단했다.
시민단체들은 역량 강화 등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3차 수도종합계획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일반 정수장과 달리 마지막 단계에 오존과 입상활성탄(숯) 처리 절차가 추가돼 관련 지식과 정확한 매뉴얼 숙지가 필요하다. 백명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환경부가 관리 인력의 역량 강화, 운전 매뉴얼 숙지, 운영 평가를 제대로 실시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신 국장도 “잦은 순환 보직으로 (전문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정밀 조사에서 이런 문제도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돗물 유충은 2013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도 발견되었다. 국내에선 첫 사례다. 깔따구 유충은 다량 접촉 시 비염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뿐 유해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앞으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독고 교수는 “기후변화로 (기온·습도가 변하면) 생물의 대량 증식이 일어난다.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 서구의 교사 이아무개(35)씨는 이날 정부 발표 뒤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여러 차례 여과를 거칠 텐데 한번도 유충을 거르지 못했다니 실망이다. 활성탄 세척 등의 조치가 근본 대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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